한나라당이 청와대가 삼성비자금 특검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공직부패수사처법 통과 요구를 일축했다. 이로써 '삼성 특검'은 사실상 무산됐고 앞으로는 양측의 책임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우리가 삼성비자금 CD(양도성예금증서)의 시리얼 넘버(일련번호)를 입수한 게 있다"며 당선축하금 의혹을 확산시키기 위해 진력했다.
"특검이 검찰권 훼손하면 공수처는 훼손 안 하나?"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직부패수사처법은 국회에서 지난 3년간 통과되지 않은 법으로서 앞으로도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 법이므로 결국 청와대는 삼성비자금특검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검찰에 대한 옥상옥의 기구이고, 대통령 직속 수사기구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공수처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논리에는 한나라당 뿐 아니라 다른 당의 일부 의원들도 동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신당 의원은 "대통령 이야기는 특검이 검찰권을 훼손한다는 건데 그러면 공수처는 검찰권을 훼손하지 않냐"면서 "공수처와 특검 연계는 말도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민노당 역시 비슷한 논리로 오히려 '상설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도 "일반인이 볼 때는 공수처를 이번 삼성특검에 연계시키는 논리가 미흡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오는 23일에 종료된다. 현재 제출된 특검법안 자체를 처리하기도 빡빡한 일정인데다가 공수처 법안 처리는 더욱 난망하다. 또한 23일에 특검법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시 본회의가 소집되 출석의원 중 2/3이상이 찬성해야 특검이 구성된다.
하지만 25일, 26일이 대선 후보 등록일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난망할 따름이다. 어느 쪽에서건 막판 양보가 없는 이상 공수처도 특검도 다 무산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홍준표 "당선축하금 증거? 조사하면 다 나온다"
안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삼성비자금특겁법의 수사대상으로서 2002년 대선자금과 그 잔금, 그리고 당선축하금에 대한 의혹들까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것을 꼭 관철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처럼 천문학적 금액의 삼성 비자금이 조성되어 쓰여졌다면 법조인들에 대한 떡값은 소액의 곁가지에 불과하고 본체는 거액이 소요되는 대선자금 등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면서도 당선축하금 의혹에 대한 근거를 밝히진 못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번 대선자금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1/10 이 넘었으면 사퇴하겠다고 주장해, 검찰의 수사가 그 주장에 묶여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많은 국민들과 한나라당은 판단하고 있다"며 대선자금 수사가 미진했다는 나름의 주장을 펼치긴 했지만 당선 축하금 부분에 대해선 일언 반구 언급이 없었다.
대신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홍준표 의원은 "우리가 삼성비자금 CD(양도성예금증서)의 시리얼 넘버(일련번호)를 입수한 게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시리얼 넘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제보 내용도 있고 당초 검찰이 수사하다가 중단했던 일부 자료도 있다"면서도 "당선 축하금인지 여부는 수사권이 없어 추적이 되지 않았는 데 특검에 제출해 추적하면 다 나온다"고만 말했다. 그는 "우리는 2004년부터 삼성비자금에 대해 줄곧 추적해 왔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홍 의원은 지난 2004년 2월에도 이미 이 같은 주장을 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후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스스로 입을 다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실제로 홍 의원은 지난 2004년 2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1300억 원의 괴자금이 발견됐다'며 하나은행 발행 액면가 100억 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즉각 "위조된 CD"라고 반박해 이 같은 폭로는 유야무야 종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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