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계 금융 기관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들어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올해 한국 경제는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9일 외국계 투자 은행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외국계 금융 기관 34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3.30%로 집계됐다.
한국 GDP 증가율 전망치는 올해 초만 해도 평균 3.50%였다. 그러나 2월 중순 3.40%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말에 3.30%로 다시 내려갔다.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0.1%포인트 낮아진 3.60%로 집계됐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이다. 중국(7.00%)과 인도(7.40%), 필리핀(6.35%), 베트남(6.10%), 인도네시아(5.34%), 태국(3.90%), 대만(3.60%)의 성장률 예상치는 한국보다 높다. 싱가포르(3.00%), 홍콩(2.60%), 일본(1.00%) 정도가 한국의 성장률을 밑돌았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이 최근 오르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하락 경향이 짙다는데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7.00%를 유지했고 일본, 말레이시아, 대만도 최근 2~3개월간 성장률 전망치의 변동이 없었다. 인도(+1.60%포인트), 베트남(+0.10%포인트), 필리핀(+0.05%포인트)은 지난달 성장률 전망이 오히려 올랐다. 싱가포르, 태국의 예상 성장률은 최근 소폭 내려가긴 했지만 한국처럼 추세적인 하향은 아니었다.
외국계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속속 내리는 가운데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내렸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소비와 수출 회복이 미약해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경기 하방 위험을 줄이고 명목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6월이나 7월에 추가로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BNP파리바(2.70%)와 IHS이코노믹스(2.90%)도 최근 2%대로 예상치를 낮춰 잡았다.
BNP파리바의 마크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3월 한국의 소비 심리 지수는 고용, 소비 등이 크게 나빠지면서 201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한국 경제에 리플레이션(통화 재팽창)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 상황이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터널로 들어가는 느낌"이라며 "올해 경제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위험은 소위 말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런 내용을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3.00%)과 씨티그룹(3.10%),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3.10%) 등도 3% 초반대까지 한국 GDP 예상치를 내렸다.
글로벌 환율 전쟁으로 수출이 부진한데다 소비 심리도 살아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소비 심리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한국의 소비 심리 지수는 101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4월 수치(108)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2년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에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 이민자가 많지 않은 가운데 1980년대 이후 출생률도 떨어져 가파른 생산 인구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어질 성장률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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