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의 세월호 참사 이후 1년간 공공 기관 임원 중 '관(官)피아'는 줄고 '정(政)피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 사회의 '적폐(積弊)'가 부각되면서 관피아가 밀려난 자리를 슬그머니 정치권 출신들이 차지한 모양새다.
<연합뉴스>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실을 통해 공기업 28곳, 준정부기관 85곳, 기타 187곳 등 공공 기관 300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기관장·감사 397명 중 118명(29.7%)이 '관피아'로 분류됐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공항공사, 한국조폐공사, 한식재단 등 16곳은 자료를 주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는 낙하산 인사로 내려앉은 관료 출신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공공 기관의 독립성 훼손과 정부 부처와의 유착 관계 같은 폐단이 드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대표적인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세월호 사고 당시 기관장·감사 397명 중 관피아는 161명(40.6%)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1년 새 관피아 숫자가 118명으로 43명(26.7%)이나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체 공공 기관 임원 중 관피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에서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직위별로 보면 기관장은 세월호 사고 이전 115명에서 지난달 91명으로, 감사는 46명에서 27명으로 줄었다.
줄긴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낙하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 올해 3월 말 사이에 새로 임명된 공공 기관 임원 141명 중 관피아로 분류된 인사가 18명(12.8%)이었다. 이중 13명이 기관장, 5명이 감사 자리를 얻었다.
세월호 이후 관피아 기관장·감사가 물러나면서 생긴 대부분의 자리는 '정피아'가 꿰찬 것으로 분석됐다.
'정피아'는 정치인과 마피아의 합성어로 국회의원이나 의원 보좌관, 정당 관계자 같은 정치권 출신 집단을 의미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 공공 기관 임원 397명 중 정피아는 48명(12.1%)이었으나 올해 3월 말에는 53명(13.4%)으로 증가했다.
정피아 기관장은 24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이 된 곽성문 전 의원과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등이 정피아 인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자니윤(윤종승)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처럼 정치권과 연관된 '정피아 감사'도 세월호 사고 당시 24명에서 지난달 말 25명으로 늘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임명된 정치권 출신 기관장은 7명, 감사는 12명으로 같은 기간에 새로 임명된 관료 출신 기관장·감사(18명)보다 전체적으로 1명 많았다.
감사로 임명된 정치권 인사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전문성 부족으로 책임이 큰 기관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자리를 맡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라는 구조적 적폐 구조를 어느 정도 깬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자리를 정치인이나 교수가 대체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공공 기관 낙하산 문제는 개별 기관이 적절한 인물을 뽑을 수 있도록 '공공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정신을 철저히 지키는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