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함께 삼성그룹의 각종 비리의혹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삼성문제의 본질은 검사들에 대한 '떡값'이 아니라 지난 대선자금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이라며 이부분에 대한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삼성비자금 특검' 도입에 합의한 데 대한 맞불이다. 또한 삼성 비자금 의혹을 지난 대선자금 문제로 확산시킴으로써 이 문제에서 본질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 대한 정치적 공세의 성격도 가미된 것으로, 한나라당 나름의 삼성 비자금 정국 돌파 카드다.
나경원 대변인은 13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지난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은 대부분 밝혀졌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미흡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여권에선 특검을 하자고 하는데, 그 진의를 잘 모르겠다"면서 "'떡값'을 수수한 검사들과 관련된 특검이라면 굳이 특검을 통해 수사할 필요는 없다고 한나라당은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 대변인은 "만일 특검을 하려면 삼성 비자금의 조성뿐 아니라 그 사용처가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삼성 비자금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자금 및 축하금과 관련해선 이미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가 삼성 등 기업체로부터 65억 원의 불법자금을 안희정 씨를 통해 받은 사실이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면서 "삼성의 비자금 수사를 특검으로 진행하려면 전반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논의된 이같은 입장을 최고중진연석회의의 안건으로 올려 금주 중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시작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또한 "떡값의혹은 물론 삼성 비자금이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당선축하금으로 사용됐는지까지 검찰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불법 대선자금 전용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김용철 변호사 증인채택 요청이 무산되자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 의원은 "김용철 변호사의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는 과거나 지금이나 한나라당은 적극적이다"면서 "그리고 오늘 청문회 이후 경과 보고서 채택을 연기하거나 해서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한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다시 여는 방안 등에 대해서 모두 열어둔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꿀릴게 없다'는 판단으로 이처럼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최우선 공약으로 삼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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