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 불금. '5비5락(五飛五落)' 전적의 자칭 '동작구 귀염둥이'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 청년 실업 문제를 고민하다 '자발적 실업자'가 된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월급 없는 명예직), '선배 꼬임'에 민주노동당과 민주통합당을 오가며 잔류 좌파로 살고 있는 최창민 청년비례대표제포럼 청년위원, 프레시안 전홍기혜·여정민·이명선 기자가 서울 모처에 있는 냉면집에 모였다.
"냉면 한 젓가락을 들고, 그 위에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서 먹어봐. 평양냉면은 이렇게 먹는대." 김 전 부대표가 냉면을 맛있게 먹는 법이라며 소개했다. 곧이어 나온 펀치! "냉면을 '맛있게'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먹는 거네. 아니, '종북'적으로 먹는 건가?" 일동 긴장! '귀신이 지나갔나?' 하는 찰라, 웃음이 냉면집 담장을 넘었다.
냉면을 먹듯 정치를 말하는 '냉면 토크'! 이 기획은 김 전 부대표가 냉면집을 차렸다는 '뉴스'에서 시작됐다. 2002년 용산구청장 후보, 2006년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노회찬, 심상정의 뒤를 잇는 차세대 진보정치인의 상징이었다. 복잡다단했던 진보정당의 분열 과정을 거치며 어느새 젊다고만은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그의 냉면집에서 냉면이 아닌 정치를 논하기로 했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유'에서다.
정동영, 될 놈인가?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의 '관악을' 출마 선언으로, 4.29 재보궐선거가 후끈 달아올랐다. '관악을'이 여권과 야권의 '3 대1' 또는 '4 대0' 승부처가 된 가운데, 정동영 표 국민모임은 2017년 '세상을 바꿀 맹아(萌芽)'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냉면 토커'들은 여러 차례 술잔을 기울이다, 한 마디로 결론을 냈다. 될 놈인가?
하지만 국민모임은 현재 구성원 중 독자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노동당과 정의당 등 진보 정당과 합쳐야 한다. 그러려면, 정 후보가 몸을 좀 더 왼쪽으로 옮겨와야 한다.
만약 정의당·노동당이 합치면,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몇 석을 얻어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호남 입장에서 보면, '단지 살아남을 정당'을 밀어줄 것이냐, '세상을 바꿀 맹아'를 밀 것이냐는 고민한다. 유권자라면, 당연히 전국에서 싸울 수 있는 정당(강력한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을 밀지 않겠는가. 특히 영남에서 새누리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정당 말이다. '될 놈인가?'를 보자는 것이다.
정 후보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전북에서, 천정배 후보(무소속 광주 서구을 출마)는 전남에서 세를 모아야 한다. 특히 호남만 놓고 보면,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안철수계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호남지역에서 진보진영 후보는 절대 나올 수가 없는 구조가 된다. 이게 진보인가.
정 후보는 선택해야 한다. 천 후보와 그저 호남만 바꿀 것인지. 아니면, 노동당·정의당과 힘을 합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전체 판을 바꿀 것인지. 그런데 본인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조급해하는 것 같다.
최창민 : 단순하게 호남 입장으로만 봐도 '될 놈인가?'는 중요하다. '진보정치의 맹아' '시대를 끌고 갈 인물'이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다음 대선에 누가 되느냐?'다. 영호남을 떠나 '대선에서 될 놈이 누구냐?'를 보고 그 사람을 뽑아줄 것이다.
# 냉면 설전 : 김종철 vs 조성주
조성주 : 동의한다. 호남은 진보 바람이 센 곳이다. '제1야당을 대체하겠다'고 한들, 구(舊) 통합진보당 세력을 꺾기란 쉽지 않다. 국민모임과 진보 세력이 맞붙는 순간, '정동영-천정배'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김종철 : 난 반대다. 정당이라면, 정치적 흐름을 바꿔서 수도권까지 치고 올라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호남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일단 그들은 진보적이다. 그리고 영남을 이기고 싶어 한다. 호남 사람들도 한 정치인이 호남의 지지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성주 : 그럼, 진보 정당은 호남에서 2등을 하겠다는 건데 호남에서 '정동영-천정배'는 먹힌다.
김종철 : 그런 2등이 아니라, 진보 정당이 호남 1등으로 영남에서도 새누리당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그랬다. 울산·부산·창원·거제에서 '진보 벨트'를 만들어 2004년과 2008년 울산과 창원에서 민노당 출신 국회의원이 나왔다. 정동영-천정배 두 사람은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어떻게 대체할 것이냐에만 골몰하고 있다. 왜 자기들만 호남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조성주 : 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약한 영남에서는 두 사람이 매력적인 카드라는 것이다. 어차피 전북·전남은 정동영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가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로 가졌던 지지와 현재 한국 정치에서 갖는 지분이나 차이가 없다고 본다.
김종철 : 큰 판에서 영남의 정치를 바꾸려면 반(反) 새누리여야 하는데, '정동영-천정배 카드'로는 무리가 있다. 길게 보자.
프레시안 : 그럼, 호남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 누굴 밀까? 천정배 후보를 포함한 국민모임? 진보 정당? 아니면 새정치민주연합?
최창민 : 호남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최창민 씨는 경북 영주 출신입니다. 편집자)
'냉면 토커' 전원 : (일제히 박장대소) 뭐지? 지금 장난해?
조성주 :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나!
홍준표, 게장도 울고 갈 '밥 도둑'!
'홍준표' 하면, 떠오르는 건? 백이면 백, 무상급식! '학교는 밥 먹는 곳이 아니다'라는 버럭 외침! 그는 눈썹 문신 후 얼마 전까지 '홍그리버드'라고 불렸으나, 최근 별명이 바뀌었다. 긍정 어휘로 표현하자면 '간장게장 같은 남자', 부정 어휘로 표현하자면 '밥 도둑'! '냉면 토커'들이 바라본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게장'을 뛰어넘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밥 도둑'이다.
프레시안 : 무상급식 반대가 과연 대선의 바로미터일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무상급식은 민생문제"라며 홍 지사를 비판했다.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경남도청을 찾아가면서 사태가 "더 증폭"됐다고 비꼬기도 했지만….
김종철 : (팔짱 낀 채) '5비5락'한 내가 일반적인 정서를 좀 알지 않나. 복지는 가급적 보편복지여야 한다. 동네 어르신들, 사연이 다 제각각이다. '나는 남편도 죽고 자식도 없는데, 다 있는 저 양반과 왜?'라며 불평한다. 몇천 원 차이로, 서로서로를 헐뜯는다. 애들도 마찬가지다. 무상급식은 거기에 더해서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가 자신은 무상급식을 찬성한다고 하더라.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누가 떡볶이라도 사주면 온종일 가방도 들어주며 따라다녔다고 한다. 복지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면 모를까. 하고 있다면 경제적 차이에 따른 소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용어 문제인데,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라고 해야 했다. 박정희 정부가 내세운 '의무교육'처럼. 처음부터 프레임을 잘못 짰다. 그러니 '이건희 손자도 줘야 해?'가 통하는 것이다. 첫 출발, 첫 단추부터 준비가 부족했다.
김종철 : 준비물과 교복 구입 지원 등 '의무교육'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기준부터 정해야 한다. 사회가 합의한 의무교육의 기준과 범주가 없어서 '왜 급식까지?'라는 의문도 있는 것 같다.
# 냉면 열전 : 홍준표 vs 김무성
프레시안 : 홍 지사가 얻은 것은? 장기적으로.김종철 : 존재감, 그것도 '미친 존재감'! '난 지방에 처박혀 있지 않아!'라는 아우성도? 반면, 무상급식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프레시안 : 김무성 대표가 여권의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는 게 참….
김종철 : 한국 정치가 정말 '무성'의한 거지. 무성의해! 라임(rhyme) 맞춘 거다.
'냉면 토커' 전원 : (일제히 고개 끄덕이며) 성의있다, 성의있어.
('냉면 토커'들의 정치 수다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동영 후보와 홍준표 지사 외 냉면을 권할 분이 또 있습니다. 누굴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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