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한 산 계룡산(鷄龍山).
계룡산은 조선 초 태조 이성계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하였을 당시,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이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금닭이 계란을 품은 형국)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라 했는데, 여기서 두 주체인 계(鷄)와 용(龍)을 따서 그리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계룡산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현호색,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불두화, 황매화 등 화려한 봄꽃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두발로학교(교장 전형일, 언론인)는 4월, 제43강으로 계룡산의 신령한 기운을 받으며 그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계룡산을 감상하는 길은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편하고 봄에 걷기 좋은 길은 동학사→남매탑→금잔디고개→갑사 코스입니다. 산길이 잘 나있어 걷기 수월하면서도 제법 산행 맛을 느낄 수 있어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길입니다(난이도는 북한산의 대남문 코스 정도입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교장선생님의 길 위의 미니강의]
전형일 교장선생님의 4월 <길 위의 인문학 미니강의>는 <공자(孔子, BC551 ~BC479) 이야기>입니다. 공자는 오늘도 들려줍니다.
“일생을 바쳐 학문을 좋아하고 목숨을 걸고 실천을 중시한다. 망하려는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는다. 천하가 잘 다스려질 때는 나아가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무시당한다. 정의가 행해지는 나라에 살면서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불의가 통하는 나라에서 부자라든지 지위가 높다든지 하는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논어> ‘태백(泰伯)’편 중에서)
동아시아 인문주의의 원형이 된 중국사상가 공자. 그의 언행을 기록한 <공자>의 의미는? 공자가 강조한 인(仁)의 정의는? 길을 걷다가, 또는 이동하는 버스에서 짬짬이 시간을 내어 교장선생님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4월 25일(토), 두발로학교는 대전시 유성을 지나 동학사로 들어갑니다. 계룡산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유명한 사찰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데, 동학사와 갑사입니다. ‘춘(春)동학 추(秋)갑사’란 말이 있듯이 봄의 동학사는 그 경관이 특히 뛰어납니다.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4년)에 상원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행하던 곳인데 회의화상이 창건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스님의 불교강원입니다. 비구니스님들의 경 읽는 소리가 맑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하나로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동학사 옆으로 완만한 돌계단이 나있는데 남매탑 가는 길입니다. 약 1.6km 거리인데 1km쯤은 수월하나 그 위로는 땀을 좀 흘려야 하는 길입니다. 그곳에 오르면 7층석탑의 오라버니, 5층석탑의 누이가 다정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학창시절 수필가 이상보님의 <갑사로 가는 길>. 바로 남매탑에 얽힌 전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인데, 바로 그 작품의 현장입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토요일 오후 함박눈이 내린 동학사에 등산복 차림의 일행 넷이 들어선다. 이들은 절 주변을 보고 갑사로 오른다. 일행의 눈에 비친 갑사 가는 길은 설국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갑사에 이르자 한일자로 세워놓은 계명정사가 보였고 뜰 좌편 가에는 남매탑이 보였다. 남매탑에는 신묘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원년에 당승 상원대사가 이곳에서 움막을 치고 수도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큰 범 한 마리가 움집 앞에 나타나 아가리를 벌리기에 상원대사는 죽기를 각오하고 범 아가리에 걸린 인골을 뽑아주었다. 여러 날이 지난 뒤, 그 범이 처녀 하나를 물어다 놓고 가버렸다. 그 처녀는 경상도 김화공의 딸이었다. 대사는 김화공의 딸을 집으로 데려다 주었으나 상원대사의 인격에 반한 처녀는 부부의 인연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상원대사의 불심은 변하지 않았고 이에 처녀는 상원대사와 의남매를 맺는다. 그들은 서로 불도에 힘쓰다 서방정토로 떠난다. 이 신묘하고 감동적인 남매탑의 전설은 언제나 등산객의 심금을 울린다.
남매탑에서 조금 오르면 삼불봉고개입니다. 여기서 바로 금잔디고개로 갈 수도 있으나 약 200m 떨어진 삼불봉(775m)에 오르길 권합니다. 가파르지만 철계단이 나있어 꼭 잡고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부처님 세 분이 계룡산의 최고봉 천황봉(845m)을 향해 반원을 그리듯 서있는 형상이라 하는 삼불봉. 그곳 정상에 서면 가슴이 탁 트리는 계룡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후덕하고 자비로운 모습의 관음봉(816m), 디딜방아의 쌀개와 같다 하는 쌀개봉(828m), 산봉우리가 하늘에 닿았다는 연천봉(740m) 등으로 이어진 주릉이 마치 닭의 벼슬처럼 불끈불끈 솟아 장관을 연출합니다.
삼불봉에서 다시 삼불봉고개로 돌아오면 금잔디고개가 지척입니다. 금잔디는 흔적만 남고 헬기장으로 변한 이곳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이제부터는 내리막길. 신흥암과 용문폭포를 지나 갑사에 도착합니다.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연천봉 서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라 문무왕 때 중수한 뒤 화엄종 10대 사찰의 하나가 되었다가 정유재란 때 왜병에 의해 전소, 조선 선조 37년(1604년)에 재건되었습니다. ‘추(秋)갑사’란 말처럼 특히 가을 정취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갑사를 둘러본 후 계곡 건너 대적전으로 갑니다. 이곳은 원래 갑사 자리였으나 몇 차례 전란을 겪으며 본당이 개울 건너로 옮겨갔습니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오솔길입니다. 대적전 마당의 고졸한 모습의 부도, 너른 잔디밭 가운데 서있는 철당간은 이 길의 또다른 볼거리입니다. 곧 계곡을 건너 갑사 가는 길과 만나며, 이어서 갑사주차장입니다.(자료 출처 : 공주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등)
이날 동학사→남매탑→금잔디고개→갑사 코스는 약 8km이며 휴식·간식시간 포함, 쉬엄쉬엄 걸어서 5시간 걸립니다.
<4월 25일(토요일)>
07:00 서울 출발(출발시각을 늦춥니다. 0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두발로학교> 버스 탑승바랍니다. 아침식사로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43강 여는 모임
-동학사주차장 도착, 준비운동, 걷기 출발
-동학사
-동학사 출발
-남매탑 도착, 휴식 및 간식타임
-삼불봉고개
-삼불봉
-삼불봉고개
-금잔디고개, 휴식시간
-갑사
-갑사주차장 출발
-늦은 식사 겸 뒤풀이
-서울로 출발. 제43강 마무리모임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등산복/배낭/등산화), 스틱(필수),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비, 따뜻한 여벌옷, 간식(필수),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두발로학교 제43강 참가비는 10만원입니다(왕복 교통비, 2회 식사비 겸 뒤풀이, 강의비, 관람료,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십시오. 전화 문의(050-5609-5609)는 월∼금요일 09:00∼18:00시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공휴일 제외). 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회원가입 바로가기). 두발로학교 카페(http://cafe.naver.com/duballoschool)에도 놀러오세요^^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갑사의 봄 Ⓒ갑사
전형일 교장선생님은 언론인으로 오랜 동안 일간지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 인터넷 언론 매체를 운영중이며, 원광대학교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틈틈이 여기저기 <걷기의 즐거움>에 몰입하며 <걷기의 철학>에도 빠집니다.
교장선생님은 <두발로학교를 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걷기>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걷기 코스의 명소들이 생겨나고 <걷기 동호회>도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이 고유의 <길>을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한동안 잊었던 <걷기의 가치>를 되살리고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즐거움과 건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직립보행(直立步行) 이후 걷기를 멈춘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집안이나 사무실에서도 걸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걷기가 새삼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성경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자연)을 본받는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이처럼 종교적 진리나 철학적 깨달음 같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길을 걸으면서 내면의 기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루소는 <고백록>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고 말했습니다. 걷기의 리듬은 사유의 리듬을 낳는다고 합니다. 경치를 구경하며 생각할 수 있고, 미지(未知)의 것을 기지(旣知)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레베카 솔닛의 저서 <걷기의 역사>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의사가 둘 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 말이다. 몸과 마음이 고장날 때 나는 이 의사들을 찾아가기만 하면 되고, 그러면 다시 건강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신체에 부담이 적은 운동을 택한 것이 <걷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속도와 능률이 지배하는 세상에, 목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걷기를 통해 느림의 미학으로서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마다 걷기를 통해 찾고자 하는 의미와 기쁨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함께 찾으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새로운 경관> <자연을 즐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세 가지가 아닐까요.
<두발로학교>는 <아름다운 길 걷기> 전문학교입니다. <두발로학교>에서 세 마리 ‘토끼몰이’를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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