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인 예멘 후티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수니파의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습에 나섰다. 이에 반대편인 시아파의 맹주 국가 이란의 군사 개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이란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으로 인해 군사 개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우디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인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바레인 등은 26일(현지시각) 예멘 남부 아덴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이들은 또 수도 사나에 위치한 반군의 거점과 아덴 공군지기 등을 겨냥한 야간 공습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시아파의 맹주국인 이란도 군사적 맞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란이 현재 IS(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해 이라크에서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어서 후티 반군을 도와 사우디와 전면전을 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란은 미국과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우디와 각을 세우게 되면 핵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에게 핵 협상은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다. 김재명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 겸 국제분쟁전문기자는 "이란은 핵문제로 인한 경제 제재 때문에 경제상황이 어렵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핵 협상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란이 예멘을 지키기 위해 핵 협상을 망가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이란에게 있어 예멘은 국익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도 이란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란은 대외적으로 핵 협상 문제, IS문제, 시리아의 시아파 정권 지원 문제 등을 예멘 공습보다 우선 순위로 놓고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처럼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군사 개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멘과 사우디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해관계로 따지면 이란보다 사우디가 예멘 상황에 더 절실하다"며 사우디가 대규모 군사를 동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란이 시아파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군사개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예멘을 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은 종파적 자존심과 종주국이라는 상징이 있어서 이에 대해 손상을 받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티 반군을 돕긴 하겠지만 무기를 공수해주는 등의 직접적인 군사적 방식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란은 26일(현지시각)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예멘 공습은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위기를 확산하는 조처"라며 "예멘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성명 이후 이란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란이 시아파의 종주국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뭐라도 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 이상 더 어떤 것을 더 할 수 있을지 이란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적 대응이 어려운 가운데 이란이 현재 공습을 중단시키고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보호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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