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정원의 사주를 받은 '남한 간첩'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이들에 대한 송환을 촉구하는 한편 이들이 어떤 행위를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송환 뒤에 조사할 일이라고 대응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체포된 괴뢰정보원 간첩 김국기, 최춘길의 국내외 기자회견이 26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면서 이들이 북한을 상대로 간첩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는 이들에 대해 "미국과 괴뢰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수뇌부를 어째보려고 날뛴 극악한 테러분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 김 씨와 최 씨는 중국에서 남한의 국정원 요원에게 매수돼 북한 정보를 수집, 제공하거나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동향을 수집했으며, 이 대가로 많게는 5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6년 7월 국정원에 포섭된 이후 북한 최고지도부 및 군 동향, 북한 화폐 위조 등의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10년 3월 국정원으로부터 특별지령을 받고 화폐를 위조했다며 "북한의 경제를 악화시키고 민심을 혼란시키려 한 것 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미국과 국정원은 종교와 종교단체를 이용하여 북 주민들에게 신앙심을 심어주어 북의 일심단결을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국정원은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종교인들과 종교단체들을 반공화국모략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2011년 7월부터 국정원에 포섭돼 활동을 시작했으며 김 씨와 유사한 지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국정원 요원인 '김과장'이라는 인물이 자신에게 "대선이 임박했는데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려면 충격적인 '대북사건'을 일으켜야 한다고 하면서 '최명학 간첩사건'이라는 것을 조작하는데 필요한 증거들을 시급히 만들어 보내라는 지령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그러면서 이 일만 성사시키면 단동에서 돈 걱정안하고 살아갈 수 있게 큰 가게를 차려주며 딸 애를 유학까지 보내주겠다고 (김 과장이)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북한 주장에 "사실무근" 맞대응
이에 대해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것은 사실무근이다' 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이 매체를 통해 이들의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한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임 대변인은 "전반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측으로 이 분들이 송환된 후에 확인해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어떤 경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임 대변인은 "북한이 우리 정부에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 국민 김국기 씨와 최충길 씨를 억류하고 이들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우리 국민 김국기씨와 최충길씨를 조속히 석방하고 우리 측으로 지체없이 송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들이 체포된 것이 지난해 말인데 북한의 보도 전까지 아무런 언급도 없던 정부가 그동안 이들의 송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인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임 대변인은 "구체적인 송환 노력을 아직 기울인 것은 없고, 이제 이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 구체적인 송환노력의 첫걸음"이라고 답했다.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억류돼있는 김정욱 씨의 석방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구체적으로 이들의 석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임 대변인은 "남북관계 차원은 물론, 외교채널이나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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