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8일 오후 재향군인회 주최로 서울 향군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의 '경제대통령' 이미지와 배치되는 발언, 우경화된 대북관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내 다급함을 내비쳤다.
"경제도 소중하지만 안보가 초석"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무엇보다도 안보는 모든 것의 초석"이라면서 "정치발전과 경제성장도 더 없이 소중하지만,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이 후보가 밝혀온 '경제 제일주의'와 상당히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 후보는 "여러분이 보여 준 조국수호의 의지와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한 헌신은 대한민국이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하는 초석이 됐다"면서 "이런 성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건국이념과 헌법정신을 굳게 지킬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지지성향'이 뚜렷한 참석자들을 의식해 "요즘 당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걱정을 끼쳐 드리고,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께서 탈당하는 사태도 있었다"면서 "그 모든 것이 제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한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과업 앞에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新대북정책, 내 생각과 차이가 있다"
외곽 보수단체들과 당 내의 일부 '강경보수' 세력이 반대해 온 한나라당의 새로운 대북정책과도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일부에서 제기된 소위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다"면서 "제 대북정책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에게서 '불안한 대북관'을 공격받은 것과 무관치 않은 발언이다.
그는 "제 대북정책은 북한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주되, 개혁과 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그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보여 준 대북정책은 실망의 수준을 넘어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유화적으로만 흐른 햇볕정책으로 인해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의 증폭되고, 한미동맹이 이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세금이 아무런 성과 없이 낭비됐다는 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전제로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평화협정은 핵을 완전히 폐기한 이후에 가능하다. 평화 없는 평화협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정상회담 직후 논란이 됐던 'NLL 문제'에 대한 입장도 더욱 선명해 졌다. 이 후보는 "NLL은 엄연한 불가침선이고 해상의 휴전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해교전에서 사망한 군 장교들과 병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이들의 이름은 영원히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20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한반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군의 역할 숙고할 때"
특히 이 후보는 "우리 국방의 미래를 위해 중장기적인 선진국방의 청사진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북한만을 상대로 한 기존의 전략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적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 한국군이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에 대해 숙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군의 역할이 한반도에만 고착될 수는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한다는 것은 재래식 억지력을 위주로 한 우리 군의 전력에 큰 도전"이라면서 "차기 정부는 군의 과학화, 첨단화, 정예화를 통해 새로운 군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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