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가 선두에 섰다. 특히 강 대표는 "대선 때까지는 지금 현재 있는 당헌 당규에 따라 당연히 후보가 당무에 우선권을 갖지만 대선이 끝나면,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에 가실 것"이라며 "대통령도 당무에 일절 관여하지 못한다"면서 박 전 대표 측의 불안감을 달래고자 애썼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진영의 동시 러브콜 속에서 박 전 대표의 몸값이 날로 높아가는 형국이다.
"같은 배 탔으니 돕는 게 순리"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같은 배에 타서 위급한 경우를 만나면 서로 돕는 게 순리"라면서 "단합이 최고의 무기요, 최상의 비법"이라고 박 전 대표 측의 '협조'를 호소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 진영을 향해 "대권-당권의 분리는 당헌당규대로 따르면 된다"면서 "공천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외부인사가 30% 넘게 참여하는 공천심사위원회가 거의 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 대표는 "진골도 성골도, 살생부도 쉰들러리스트도 없다"면서 "경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는 결코 잣대가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고 일각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진력했다.
강 대표는 "새는 날개가 두 개라야 날고, 수레는 바퀴가 두 개라야 굴러간다"고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만에 하나 이회창 씨와 내통하는 인사가 있다면 해당행위자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 진영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회창, 이인제보다 훨씬 질 나빠"
이날 강 대표는 이회창 후보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 후보를 '이회창 씨'라고 호칭한 그는 '쿠데타', '정계은퇴를 뒤집는 노욕', '이적행위', '얼빠진 짓'이라는 감정적 언사도 서슴치 않았다.
강 대표는 "두 번 대선에서 끼니를 거르고 새우잠을 자며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동지들을 이렇게 배신할 수 있느냐"면서 "이회창 씨의 출마는 역대 대통령과 후보들이 저지른 온갖 구태정치의 종합 완결판"이라고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약속 번복, 자신이 출마했던 정당에 대해 해꼬지를 하고 탈당까지 한 노무현 대통령, 이인제 후보의 1997년 경선 불복보다 이회창 씨는 훨씬 더 질이 나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수우파의 대동단합을 위해 출마하셨다는 것은 궤변"이라면서 "어렵사리 밥상을 차려 놓으니, 이제 숟가락을 들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이명박 후보를 월등히 앞서면 한나라당에서도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강 대표는 "이회창 씨의 지지율이 우리 후보보다 높다는 것은 공상과학 만화소설에나 나올 얘기이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명박, 이재오 사퇴시켜 박근혜를 잡는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당내 분란의 단초를 제공한 이재오 최고위원을 당직에서 사퇴시키는 방안이 심도깊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후보부터 전날 울산방송이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언행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그래서 결국은 당이 화합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이재오 최고위원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강재섭 대표 역시 같은 날 <KBS 열린토론>에 출연해 "이명박 후보가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앞으로 대선이 끝나더라도 당권 경쟁에 나올 생각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 전한 대목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최고위원을 2선으로 후퇴시켜 박 전 대표 진영의 반발을 잠재우겠다는 속내지만 박 전 대표 진영은 내친 김에 이 최고위원뿐 아니라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수준에서 양측이 뜻을 모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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