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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밥에 뽀글이장 얹어 쓱쓱, 화채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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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냄비밥에 뽀글이장 얹어 쓱쓱, 화채로 마무리?

[살림이야기] 라면 끓이기만큼 쉬운 장 담그기

된장이나 간장을 담가 먹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 대량 생산되는 장을 사 먹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된장, 간장, 고추장 명인들이 말하는 비법은 언제나 은밀하고 어려워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종가 며느리들의 비법도 높은 담장 안 장독대 항아리 속에 꼭꼭 숨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보통 사람들도 메주와 소금 비율만 잘 맞추면 장 담그기를 할 수 있다.

음식 관련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 먹는 일에서 멀리 도망가게 한다. 누구나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누구나 맛있게 담글 수 있다고 말해야 스스로 해볼 시도를 할 것인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사람들이 직접 장을 담그거나 음식을 하지 않고 매식과 외식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식생활문화가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는 결코 순기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장이 맛나다'면서 판매하라고 종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장을 가장 잘 담그는 사람은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나와 똑같은 장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다. 가장 중요한 비법은, 메주와 소금물의 비율에 있다.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소금물을 붓는 일은 라면을 못 끓이는 사람이라도 할 수 있다. 장을 담그는 일은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것보다 쉽다. 장맛이 없는 것은, 사람의 욕심이 불러온 재앙일 뿐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위해 소금물을 너무 많이 넣는다면, 그건 적은 양의 소고기에 많은 물을 부어 국을 끓이는 것과 비슷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러면 장은 맛이 없고 짜기만 하다. 간혹 된장과 간장을 맛나게 담그겠다는 열정만으로 소금물을 너무 적게 붓는데, 그러면 간장으로 충분히 빠지지 않은 메주의 향과 맛이 된 장에 남아 된장은 발효취가 강하고 색이 검어진다. 비율을 잘못 맞추면, 소금의 양이 적어 발효하지 못하고 상하여 신맛이 나기도 하니 주의할 일이다.

메주 한 말에 물 한 말, 소금 네 됫박

▲ 하얀 곰팡이가 핀 메주를 띄웠다. 장 가르기 할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류관희
어머니는 장맛이 좋다고 소문난 분이었다. 주변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우리 집에서 장을 얻어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는 도시 아파트에 살면서도 발코니나 옥상에 항아리를 두고 해마다 꽤 많은 양의 콩을 메주로 쑤었다. 장 담그는 날이면 메주를 들고 내게 '씻어라, 소금물을 풀어라, 항아리에 넣어라, 붙잡아라' 등등 끝도 없이 잔소리를 했다. 그 잔소리가 정말이지 지겹기만 했는데, 이제 그 잔소리가 진화되어 나의 일이 되고 밥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죽기 전까지 계속할 음식문화운동이 된 것 같아서, 직접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고맙고 또 가끔은 설레기도 한다.

농촌에 자리 잡고 처음엔 혼자 장을 담그려고 했다. 그동안 어머니가 하는 걸 보았고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들었기에 용기를 냈는데 막상 메주와 소금을 항아리 앞에 놓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우왕좌왕하면서 느낀 낭패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할 수 없이 어머니께 장을 담그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정확한 메주의 양, 물의 양, 소금의 양을 여쭈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안타깝고 절실한 질문에 어머니의 대답은 딱 한 마디뿐이었다. "메주 한 말에 물 한 말, 그리고 소금 네 됫박이면 된다."

답답해 짜증을 내며 "그렇게 대충 말고 메주 몇 킬로그램에 물 몇 리터, 소금 몇 킬로그램으로 알려 주셔야 알아들을 수 있으니 다시 말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복잡한 건 모른다며, 창고에서 그릇을 들고 나오셨다. 큰 양푼 속에는 오지자배기 하나와 오래된 스테인리스강 대접 하나가 들어 있었다. "콩 한 말로 메주를 쑤면 이 스댕다라이에 이 독(오지자배기)으로 하나 가득 물을 붓고 이 됫박으로 소금을 네 번 넣고 풀어서 부으면 된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 장을 담그실 때 쓰던 자배기와 스테인리스강 대접은 어머니만의 저울인 셈이었다. 보물처럼 간직하고 계신 어머니의 한 독은 저울에 올려보니 20리터(ℓ) 전후였으며, 어머니의 한 됫박은 약 900그램(g) 정도였다. 이렇게 나온 어머니의 정월 장 레시피는 8킬로그램(kg)의 콩 한 말로 발효시킨 메주에 물 20ℓ, 소금 3.5kg이다. 사람들이 알려 달라고 하는 우리 집 장맛의 비밀이다.

장 담그기 (음력 1월 장 담그기)

재료
메주 한 말(시판하는 메주 네다섯 덩어리), 소금 3.5~4kg, 물 20ℓ, 숯 1~2 조각, 대추 4~5알, 마른고추 2~3개

담그는 법
① 잘 뜬 메주를 준비한다. 한살림, 농가 직거래 등을 통해 구입해도 된다.
② 메주를 흐르는 물에서 솔로 문지르면서 재빠르게 씻어 햇빛에 바싹 말린다.
③ 항아리를 소독한다. 일반적으로는 볏짚을 태우면서 소독하지만 도시의 핵가족이 일 년 동안 먹을 적은 양의 장을 담글 예정이면 끓는 물에 항아리를 엎어서 수증기로 30분 정도 소독하여 건조시킨다.
④ 소금물을 18% 정도의 염도로 준비한다. 염도계가 없다면 물과 소금을 저울에 정확하게 재서 염도를 맞춘다. 달걀이 100원짜리 동전만 하게 떠오르면 된다고들 하지만 자칫 실패할 염려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⑤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담는다.
⑥ 준비해둔 소금물을 항아리에 붓는다.
⑦ 숯을 달구어 항아리에 넣고 마른고추 2~3개와 대추 10개 정도를 넣고 메주가 위로 떠오르지 않게 대나무나 나뭇가지 등으로 질러 둔다.
⑧ 항아리 뚜껑은 잘 보관하고 유리 뚜껑을 준비해 덮는다.

뽀글이장(4인분)

재료
된장 4큰술, 물 2컵, 멸치 10마리, 양파 1/2개, 표고버섯 2개, 느타리버섯 3~4개, 팽이버섯 1/2봉지, 마늘 2알, 대파 1뿌리, 감자 1/2개, 매운 고추 3개, 다시마 2쪽

만드는 법
①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프라이팬에 볶는다.
② 도마에 볶은 멸치를 칼등으로 잘게 부수거나 썬다.
③ 다시마는 물 2컵에 담가 우려 놓는다.
④ 양파, 대파, 마늘, 매운 고추는 깨끗하게 씻어 잘게 썰어 섞이지 않게 따로 따로 담아 둔다.
⑤ 표고버섯은 물에 불렸다가 잘게 썰고 느타리버섯은 결대로 길게 찢은 뒤 잘게 썰고 팽이버섯은 0.5cm 길이로 썬다.
⑥ 뚝배기에 다시마 우린 물 1컵을 넣고 불에 올린 뒤 멸치와 다시마를 넣는다.
⑦ 잘게 썬 양파, 마늘,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팽이버섯을 넣고 계속 끓인다.
⑧ 양파가 익을 무렵 강판에 분량의 된장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대파, 매운 고추를 넣는다.
⑨ 마지막으로 강판에 갈아둔 감자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막 지은 구수함과 누룽지의 바삭함은 냄비밥으로


청나라 장영은 <반유십이합설>에서 "조선 사람들이 먹는 밥은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에서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하였다. <옹희잡지>에서는 "밥 짓는 것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쌀을 정히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 버리고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로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는 것이다"고 하였다. <임원경제지>에는 "솥뚜껑이 삐뚤어져 있으면 김이 새어나와 밥맛이 없고 땔감도 많이 들며, 밥이 반은 익고 반은 선다"고 밥 짓는 어려움을 말한다.


매일 해 먹는 밥은 쉬운 음식인 것 같지만 늘 맛있게 하기는 어렵다. 벼의 품종, 수확한 시기, 도정한 날짜, 화력, 솥의 종류 등에 따라 밥하는 방법이나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전기밥솥, 전기압력밥솥, 압력밥솥 등을 이용해 밥을 편하게 해 먹으면서도 가마솥밥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산다. 가마솥밥과 비슷한 맛을 내는 것은 역시 냄비밥이다. 뜸을 들이고 바로 퍼서 먹을 때의 구수함이나 불을 조절하면서 눌려 먹는 누룽지의 바삭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으니 이번 주말엔 냄비밥에 한번 도전해 보면 좋겠다.

냄비밥(4인분)

재료
쌀 4컵, 물 5컵, 다시마 1조각

만드는 법
① 쌀을 씻는다.
- 쌀에 물을 붓고 대충 씻는다는 기분으로 휘휘 저어 재빨리 물을 버린다.
- 박박 문지르지 말고 꼼꼼하게 씻는다.
- 한 번 더 휘휘 저으면서 씻어 체에 밭쳐 30분간 불린다.
② 분량의 물과 함께 불린 쌀, 다시마 한 조각을 넣고 센 불에서 밥을 한다. (냄비에 밥할 때는 끓어 넘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유리 뚜껑을 쓰면 속이 보인다.)
③ 밥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15분간 끓인다.
④ 불을 끄고 뚜껑을 열지 말고 5분간 뜸을 들인 후 밥을 고루 섞어서 푼다.
딸기, 다섯 가지 얼굴의 오미자 속으로 퐁당

세대에 따라 '미팅'의 풍속도 다르다. 내가 미팅을 하던 시절, 서울에서는 벚꽃이 피면 창경궁에서 '밤 벚꽃 맞이 미팅'을 하고, 가을에 배가 익으면 태릉과수원에서 '배밭 미팅'을 했다. 딸기가 익기 시작하는 늦봄과 초여름에는 수원까지 가서 '딸기밭 미팅'도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미팅을 재미있어 할 리도 없지만, 계절 모르고 나오는 과일과 채소들로 인해 "그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늦은 봄에 만난 풋풋한 젊은 남녀가 노지에 엎드려 따 먹던 딸기가 요즘은 한겨울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제철도 아닌 때에 찬 성질의 딸기를 먹는 것이 건강에 그다지 좋을 리 없다. 자칫 방심하고 찬 과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시키지 못하고 한기가 들어 괴로울 수 있다. 이미 딸기를 제철로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 같으므로 대신 건강하게 먹는 슬기가 필요하다. 추운 날 딸기를 먹을 때는 너무 많이 씩 자주 먹기보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것과 같이 먹자. 따뜻한 성질을 지닌 오미자와 만남, 또 경칩 전에 지리산 자락에서 봄의 기운을 한껏 내뿜는 고로쇠 수액과의 만남은 꽤 좋은 궁합이다.

오미자딸기화채

재료
오미자청 100g, 고로쇠수액 400g, 딸기 10알

만드는 법
① 딸기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 후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② 오미자청에 분량의 고로쇠수액을 섞는다.
③ 썰어 놓은 딸기를 띄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살림이야기>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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