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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성형의사' 하루 10명 수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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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스타 성형의사' 하루 10명 수술, 가능할까?

[인터뷰]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 "유령 수술은 상해죄"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파악한 '유령 성형 수술' 실태는 이렇다. '모집책'인 상담실장, '유인책'인 성형외과 전문의, '유령 의사' 3자 공조 체계다.

먼저 상담실장이 고객에게 '최고의 성형 전문의'를 소개한다. 소개된 성형외과 의사는 직접 상담해 고객을 안심시킨다.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로 의식을 잃으면, 그 사이 '유령 의사'가 수술한다. 이 모든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병원장이 있다.

유령 수술 성형외과는 의사들과 고용 계약을 맺을 때, '유령 수술' 인센티브 제도를 만든다. 유령 의사가 수술할 때 받는 비용, '전문가'라고 소개받은 의사가 상담만 하고 유령 의사에게 수술을 넘길 때 받는 비용이 인센티브로 책정된다.
고객이 '유령 수술'을 의심할 때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 "원장님이 수술하시죠?"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해야 한다. 유령 수술을 받았다가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하면, "1년 정도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고 답하라고 병원 측이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병원을 그만뒀는데도, 환자 차트를 조작해야 했다는 내부 고발 의사도 있다. 환자가 부작용으로 의무기록지 등을 요구했는데, 병원장이 그만둔 의사를 쫓아가 차트 조작을 부탁했다는 증언도 있다.
여기까지가 양심적인 의사들의 내부 고발을 통해 알려진 실태다.

유령 수술은 왜 문제인가. 우선 유령 의사는 특정 수술 실적이 부족한 의사일 확률이 높다. 또 수술을 계획한 의사와 집도하는 의사가 달라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비유하자면 건축을 계획한 사람이 설계도면 없이 다른 사람에게 건설을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수술이 잘됐더라도 환자를 속인 것 자체가 문제다. 지난 16일 만난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동의 없는 수술을 했다면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 회장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관련 기사 : 성형외과 턱뼈 수술, 알고 보니 유령 의사가?)

▲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 ⓒ프레시안

"유령 수술, 어둠 속에 글씨 쓰는 격"

프레시안 : 유령 수술은 왜 문제인가?

차상면 : 의사는 사람 몸에 칼을 대도 괜찮은 직업이지만, 칼 대는 게 상해가 아닌 이유는 환자에게 동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의받지 않은 관계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아니다. 그러니 유령 수술은 '상해죄'에 해당한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타과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받기로 해서 환자가 동의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유령 수술은 진짜 위험하다.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을 한다고 하자. 수술하기 전에 의사가 눈을 봐야 한다. 눈 감아보라고 하고, 떠보라고 하고 눈 폭도 재봐야 한다. 미리 보고, 고민하고, 두께도 재보고, 표정도 봐야 한다. 그래야 프레임(수술에 대한 구상)을 세우고 수술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의사가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환자가 누워서 자고 있다? 어떻게 수술하는지 신기하다. 한석봉이 밤에 불 끄고 글씨 썼다는데, 의사가 수술방에서 대뜸 자고 있는 환자를 맞닥뜨린 상황은 어둠 속에서 글씨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심 고백 의사 "내가 한 수술 아닌데 책임져야 했다"

프레시안 : 성형외과의사회가 파악한 양심 고백 의사들의 고발 내용이 궁금하다.
차상면 : 고백하는 의사들 얘기 들어보면, 환자는 무조건 수면 마취로 재운다. 수술 도중에 '콜'이 오면 중간에 상담하러 간다. 묶어 놓고 환자가 깨려고 하면 약 먹여서 다시 재워놓는다. 전 기억을 잊어버리게끔 하는 수면 마취약이 있다. 그 약을 투입하면 환자가 기억을 잃는다.
유령 수술하는 일부 성형외과들은 수술 가동률을 높이려고 매뉴얼로 수술 시간까지 정해준다고 한다. '무슨 수술은 몇 분 안에 끝내라'고 지침이 내려온다. 그런데 환자마다 수술 난이도가 다 다르지 않나. 같은 수술인데도 어떤 환자는 빨리 끝나고 어떤 환자는 오래 걸리는데, 수술 시간 못 지키면 봉직의는 잔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고백하는 의사들은 "유령 수술시켰던 병원을 그만두니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전에는 자기가 한 수술이 아닌데도 본인이 다 책임졌어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사가 한 황당한 수술들을 봐도, 환자가 항의하면 변명했어야 했다. 이젠 진짜 자기가 한 수술만 책임지면 되니 마음이 편하겠지 않나.

프레시안 : 유령 의사로는 대개 누가 고용되나?

차상면 : 크게 두 부류다. 첫째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 둘째는 혼자 개업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타과 전문의나 경험이 적은 의사가 미용 수술을 배우기 위해서 취업한다. 자기 얼굴을 내걸고 수술하지는 못하지만, 도제식으로 배워야 할 사람들이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서 실력이 안 되면 개업해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한 의사가 하루 10명 수술? 유령 수술

프레시안 : 유령 수술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프레시안
차상면 :
의사가 한두 명 있는 작은 병원에서는 유령 수술을 구조적으로 할 수가 없다. 대리 수술은 크고 회전율이 빨라야 하는 병원, 의사가 10명 넘는 큰 성형외과에서 이뤄질 수 있다.

큰 성형외과는 봉직의를 고용하는데, 봉직의가 병원 측과 체결한 계약서에 인센티브 조항이 있다. 유령 수술할 때 받는 비용, 의사는 상담만 하고 다른 의사가 유령 수술할 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계약서에 적혀 있다. 관련 서류를 성형외과의사회가 확보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예전에는 '스타 의사'에게 수술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대기 시간이 길지 않다. 금방 수술 일정이 잡힌다. 무슨 뜻이겠나?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파악한 유령 수술 피해 제보 내용을 보면, 제보자들은 대개 짧게는 이틀,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편집자.)

환자들이 몰려들고, 수술 회전율을 높이려면 유령 수술 아니고서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의사가 자기가 상담하고, 수술하고, 치료하고, 예후도 본다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어떤 병원에서 한 의사당 하루 수술 환자가 10명이 넘어간다? 한 의사가 하루에 몇 십 명씩 수술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유령 수술을 한 것이다.

프레시안 : 그밖에 환자들은 어떤 경우에 유령 수술을 의심할 수 있을까?

차상면 : 수술했는데 긴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면 유령 수술이 의심된다. 쌍꺼풀 수술하러 갔는데, 하루 종일 자고 밤 12시에 집에 왔다는 분이 있다. 쌍꺼풀 수술은 길어봤자 30분 걸리는데, 그렇게 길게 재우는 일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다.
"유령 수술 판례 만들고, CCTV 설치해야"

프레시안 : 유령 수술을 근절하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차상면 :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유령 수술에 대한 판례가 생겼는데, 우리나라는 30년이 늦었다. 유령 수술을 어떻게 처벌할지 규정도 없고 판례도 없다. 판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법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래 걸리리라고 본다.
일단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일했다가 유령 수술 문제로 성형외과 의사회에 내부 고발한 의사가 6명이다. 유령 수술을 받았다는 환자가 있고, 상담은 했는데 본인이 직접 수술하지 않았다고 자백한 의사가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검찰은 철저히 공개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반면 그랜드성형외과 측은 지난 11일 "유령 수술을 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대한성형외과의사회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그랜드성형외과 측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편집자.)
근본적으로는 수술실 복도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본다. 환자와 보호자는 수술방에 들어가는 의사와 나오는 의사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다. 수술방이 아닌 복도에 설치하면 여러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환자 인권과도 상관없고, 의사들의 반대도 피할 수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차원에서 복도 내 CCTV 설치를 권고하고 있다. 회원 의사들에게 '환자가 원하면 CCTV를 확인해주겠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붙이도록 했다. 환자들에게는 수술할 때 보호자를 대동하고, 수술 시간을 확인하고, 미심쩍을 때는 CCTV를 보자고 적극적으로 요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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