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출마여부에 대한 '최종입장'을 곧 밝히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계열을 대표해 최고위원회의에 입성한 김무성 의원이 "이회창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이같은 대응은 이회창 전 총재가 '지지율 2위 후보'로 급부상해 이명박 후보를 흔들고 있는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만나 뵙고 터 놓고 대화하겠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2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백지연의 SBS 전망대> 등에 한꺼번에 나와 "(이 전 총재가) 현재 2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실체를 인정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전면 공격을 하는 것보다는 예를 갖춘 대화를 통해 진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이명박 후보 측의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전 총재를 두고 '차떼기 정당의 책임자'라고 맹비난하면서 당시 불법 대선자금 내역이 담긴 '수첩'이 있다고 압박을 가한 것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약 1년 4개월 동안 비서실장을 지내며 이 전 총재를 보좌하기도 했던 김 최고위원은 "그만큼 우리 한나라당이 틈을 보인 것이 아니냐"면서 "시간을 봐서 이 전 총재를 만나 뵙고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전 총재가 거의 출마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 분이 출마선언을 하고 대선에 본격적으로 임하더라도 서로 간 대화의 통로는 열어 놓고 서로 협상할 것은 협상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흔들림 없는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의 뜻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이회창-박근혜 연대설'과 관련해선 "현 시점에서는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민주주의의 룰을 지키는 것에 최우선적 가치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거리를 뒀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김 최고위원과 달리 박 전 대표의 경선캠프에서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또 다른 대안으로서 우파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가 같이 출마해 주는 것이 오히려 좌파정권의 종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이회창 출마'에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여러 약점이 아직 노출이 안 됐다"면서 "특히 김경준 씨가 11월 중순 돌아온 다음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한 측근 인사들의 견해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다만 이회창 전 총재의 '역할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일치했다.
박희태 "이방호 폭로 이명박과 상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 캠프의 원로 격인 박희태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어제 이방호 총장의 이야기는 완전히 돌발적인 발언이고 우리 당이나 후보하고는 상의도 없었다"면서도 "대선이 끝나고 거액이 남았다고 하니 그 남은 돈이 그 이후에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밝히라고 한 것"이라며 '대선잔금 유용' 의혹을 이어가기도 했다.
양 진영의 전면전에 불이 붙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도, 이 전 총재도 내심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침묵'이 길수록 '몸값'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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