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한자리에 모였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만난 것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이후 처음이다.
17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대표는 작심한 듯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남북 경협 및 정상회담 개최도 요구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오후 3시 5분 경 시작돼 오후 4시 48분까지, 무려 100분 이상 진행됐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했지만 정부의 경제 정책은 국민적 삶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파기가 됐고, 오히려 재벌과 수출대기업 중심의 낡은 성장 정책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어 "그 결과 중산층이 무너졌고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장기간 계속되는 심각한 내수부진에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해마다 세수 부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최근에 정부가 임금이 올라야 내수가 산다면서 정부정책을 반성하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좀 다행스럽지만 말하고 정책이 다르다"며 "부동산(띄우기)과 금리인하 같은 그런 단기 부양책만 있을 뿐 가계 가처분 소득을 높여주는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 정책을 대전환해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월세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큽니다. 대통령께서 대선 때 보편적 주거복지를 약속을 하셨는데 결과적으로는 빈말이 됐다.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및 생활 임금 도입 확대 △법인세 인상 및 고소득층에 대한 형평 과세 강화 △전월세값 대책 마련 △가계부채 대책 마련 △남북 경제 협력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요구했다.
문 대표의 발언 중 경제 민주화, 복지 후퇴 등에 관한 언급이 나온 시점에 박 대통령은 테이블에 올려진 메모지에 무엇인가 적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문 대표님, 취임 이후에 정식으로 뵙는 게 처음이다. 다시 한번 (대표 당선에) 축하드린다"고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은 "제 2의 중동붐을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연결시켜서 경제도약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정치권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들도 사실은 국회의 입법을 통해 마무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 당이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며 "이번 좋은 만남을 통해 상생 정치를 이뤄내고, 경제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결국 국정의 90%는 경제라고 본다. 경제 앞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어렵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경제 위기다. 여야가 같이 협조해 타개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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