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재계 대표자들을 만나 임금 인상,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의 정부 정책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리라 생각한다"면서 노골적인 기업 '달래기' 행보를 보였다.
1%대로 기준금리가 낮아진 만큼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달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야당 및 진보 진영은 물론 정부마저도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제도까지 '생색 내기용'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와 새누리당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용만 상의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계 인사 20여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여기서 "우리 경제가 많이 어려운데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여러 규제와 제도 미흡으로 투자 열정을 잃어가는 것"이라면서 "경제가 이런데도 정치권은 규제 개혁을 한다면서 실적 쌓기와 보여주기식 입법을 남발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행태를 적지 않게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실적 쌓기'와 '보여주기식 입법'의 대표적 예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일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임금 인상 압박 등을 콕 집어 거론했다.
그는 "기업의 힘든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신설하고, 법인세 인상과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에 속이 많이 상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표를 의식한 선심 경쟁에 나서며 기업이 원하는 바와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 편을 든 모습이다.
김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기업인들의 우려는 임금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정치권에서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면서 "우리도 거기에 동감의 뜻을 표했다"고 밝혔다. 재계의 법인세 인상 반대에 대해선 "법인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법인세·임금 인상 압박…속 상하셨나"
이러한 김 대표의 경제 인식은 '법인세 정상화'와 최저임금 인상 제도화를 요구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내수 진작책'에 연일 공을 들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도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경기 침체 탈출의 유력한 방법으로 '소비 진작'을 꼽고 있는 정부는, 근래 들어 새누리당의 고전적인 경제 정책 방향과는 사뭇 달리 재계를 상대로 임금 인상 요구를 공개적으로 해 왔다. 이는 현재와 같은 낮은 수준의 노동 소득이 고착되면 물가 상승률 하락 및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 또한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과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에 있다. 당기소득액에서 일정 수준이 투자, 임금 상승, 배당에 사용되지 않으면 법인세를 10% 추가 과세하는 이 세제는,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 축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지 않으면 경기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보수 정부의 흔치 않은 임금·투자 'SOS'에도 재계는 '외면'과 '반발'을 반복해 왔다.
13일 경제 5단체장들은 최 부총리를 대면해 "고용과 임금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한 가지를 달성하면 다른 한 가지를 달성할 수 없음을 뜻함) 관계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박병원 경총 회장)"고 말했고, 경총은 올해 임금상승률 권고치로 '1.6%'를 제시하기도 했었다.
정부와 재계의 이 같은 묘한 '신경전'이 이어져 온 가운데 김 대표가 이날 사실상 재계의 손을 둘어줌으로써 경기 침체 탈출법을 둘러싸고 여권 내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대표는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 앞서 이날 오전에도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체는 기업"이라면서 "오늘 기업인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귀와 마음을 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최고위원, 원유철 정책위의장, 이군현 사무총장,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권은희 대변인 등이 참석했고 대한상의에서는 박 회장과 현 회장 정 부회장 외에도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이만득 삼천리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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