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전세로 살지, 구매를 할지 선택(Tenure Choice)하게 된다. 현재 한국 부동산 상황은 전셋값 폭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세에서 구매로 넘어가는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 총액이 6년 전 금융 위기 때보다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도 '부동산3법', '1%이자 주택대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집을 사도록 권장한다. 반발도 제기된다.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정책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게 과연 그릇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보내왔다. 김 교수는 이 글을 시작으로 2015년 들어 정부가 내놓은 수요 진작 정책(1% 공유형 모기지)과 공급 정책(건축회사를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추진책)에 대한 수혜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 정책이 실효성은 있을지에 대해 짚어나갈 예정이다. 김 교수의 글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 <1> 빚을 내고 집을 사는 것, 부정적이기만 한가?
☞ <2> 1% 공유형 모기지, 정책 수혜 대상자를 보다 명확히 해야
☞ <3>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 누가 실현할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임대주택 또는 임대아파트'이라는 용어는 LH공사나 SH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건설한 저렴한 아파트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로 인식된다. 과거 많은 사람의 소득이 비슷한 시기에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았을지 모르나, 근래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커다란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같은 아파트단지 내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분양아파트 아이들과 놀지 못하도록 놀이터 진입 골목에 벽을 치는 경우도 있었고, 강남 소재 보금자리 아파트 아이들의 학교 배정을 근처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그 부모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서민들이 몰려 사는 (공공 개발)임대아파트는 결국 환영받지 않은 주거유형이 된 형편이다.
올 초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책의 목적은 중산층 전세난 완화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공공 임대아파트가 낙인효과를 불러왔기에, 중산층용 임대아파트는 공공 대신 민간에서 건설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여기서 민간은 민간 건설회사들이 주 대상으로 보이며 이 민간 건설업체에 상당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러한 정책은 다음과 같은 논란이 있는 듯하다. '왜 정부에서 중산층 임대아파트에까지 신경을 씀으로써 서민층 임대아파트에 집중하지 않느냐', 그리고 '이 정책은 결국 건설회사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가 아니냐'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문제 제기의 순수성은 이해하나 모든 맥락을 찬성하기는 힘들다. 이유는 중산층용 임대아파트는 반드시 시장에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공이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서민들을 위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이 반드시 일정 부분 공급되어야 한다.
적정주택과 임대아파트의 차이는?
필자의 논의 전개에 앞서 '임대아파트'(Rental Apartment)와 서민들 주택으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했으면 한다.
우선 임대아파트가 반드시 서민만 살 수 있는 주택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서민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주택에 적합한 용어는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이다. 적정주택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정주택은 반드시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정주택 개발 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적정주택에 살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도 인센티브(주거 바우처)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즉, 적정주택 공급 주체와 수요자(서민) 양측에게 인센티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적정주택의 특징은 대개가 임대형(rental)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부분으로 인해, 임대아파트를 서민주택(또는 적정주택)으로 오해를 할 소지가 발생한 듯하다.
이제 임대아파트의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자. 임대아파트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이고, 거기에는 어떤 계층이 살고 있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기업들이 임대아파트 단지들을 보유한 채 이를 일반들에게 임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임차인에는 서민층과 더불어 중산층 이상 계층도 존재한다. 즉, 기업들이 임대아파트 단지를 계획, 건설, 운영까지 하기에, 시장의 수요가 존재한다면 중산층용 럭셔리 아파트 단지도 충분히 개발되고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임대아파트(rental apartment)와 서민들이 거주할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은 엄밀히 말하면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설회사인가?
중산층용 임대아파트의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미국의 부동산 기업 (주)아바론베이 커뮤니티(AvalonBay Communities, Inc)는 미국의 많은 도시에 대규모 주택/아파트 단지를 계획, 개발 및 운영하는 전문적인 부동산 개발기업이다.
이 회사가 뉴욕 맨해튼에서 운용하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3베드 룸 아파트 한 달 임대료가 5262달러에 이른다. 즉, 중산층 이상 계층 대상(부유층 포함) 임대아파트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이 공급하는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시장이 집값이 비싼 한국에 존재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관련 내용 바로 가기 : (주)아바론베이 커뮤니티)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이슈는 아래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아발론베이 커뮤니티와 같은 회사의 성격은 무엇인가? 부동산 개발회사는 건설회사인가? 즉, (주)아발론베이 커뮤니티같은 부동산개발회사는 직접 건설을 하는 회사인가에 대한 것이다.
둘째는 ㈜아발론베이 커뮤니티와 같은 민간 임대아파트 운영업체들이 시장 수익을 좇아서 중산층 이상 럭셔리 아파트만을 도시에 제공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민들이 살 곳에 럭셔리 아파트가 들어서면 서민들이 살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서민 주거 공간(즉, 적정주택)을 민간 임대아파트 개발/운영회사들이 공급하도록 유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와 관련해서는, 개발업체와 건설업체는 전혀 별개의 회사인 점을 밝히고 싶다. 우리가 삼성이나 대림 등 대형 건설업체가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현실을 오랜 기간 봐와서 건설업체와 개발업체(디벨로퍼)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으나, 해외에서는 두 업체는 명확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디벨로퍼(개발회사)인 도널드 트럼프 회사는 직접 건설을 하지 않는다. 건설회사를 고용할 뿐이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회사는 사업을 기획하고 토지를 매입한 후, 건설업체를 고용해서 건물을 짓게 하고, 다시 개발회사가 해당 건물을 매각하든지 아니면 운영을 한다. 따라서 개발회사들은 건설회사의 '갑'으로서 건설회사들이 제대로 시공을 하는지를 관리·감독 할 뿐이다. 그리고 건설회사는 '을'로서 건물을 짓는 것에 대한 수입을 가져갈 뿐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뉴욕의 20/80 프로그램(도시계획정책)을 소개하고 싶다. 이 정책은 정부로부터 개발회사가 인센티브(LHITC이라 불리는 세금 공제 혜택)를 받게 되면, 임대아파트 중 20%의 아파트는 서민층을 위한 적정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개발하고 서민들에게 임대해야 한다. (☞관련 내용 바로 가기 : 뉴욕의 20/80 프로그램)
지면상, 세금공제혜택을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이 제도를 이용하면 개발회사는 상당한 규모의 초기자본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애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인센티브를 개발회사에 제공하면서 반대급부로 서민들을 위한 적정주택 공급을 유도하고 있다.
인센티브로 공공성을 높일 수 있을까
2015년 1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책은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많다. 정책의 취지는 중산층의 주거선택권 확대를 통해 전세난을 완화하자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간기업이 도시지역 1만 제곱미터 이상(축구장 크기)의 대지에 300가구 이상을 개발(또는 100가구 이상 매입 시)하면, 2~3%대 저리의 건설자금을 제공한다. 그리고 해당 기업은 임대아파트 거주자에게 최소 8년 거주(임대료 인상률 연 5% 제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즉, 정부에서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민간기업은 거주자에게 장기적으로 월세를 내면서 살 혜택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몇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건설자금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경우,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인센티브를 통해서 결과적으로 어떤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느냐, 또는 정책의 수혜대상자가 누구인가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책에는 초기 임대료에 대한 규정(초기 임대료 제한 규정이 없음)과 (서민층을 위한) 적정주택을 몇 퍼센트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민간기업은 임대 후 8년간 임대료 인상에 제한(5% 이내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서라도 초기 계약시점의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높은 임대료를 서민들이 낼 수 있을까? 따라서 당연히 대상층은 중산층 이상 계층에 한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가 비록 인센티브를 민간기업에 주었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인센티브 수혜대상자가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에 한정된다.
세금으로 부유층 거주자 주거복지를 돕는 게 타당한가
그렇다면 온 국민의 세금으로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 거주자 주거복지를 돕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물론, 민간기업에서 건설한 임대아파트 내 모든 주택을 서민용으로 공급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굉장히 비자본주의적이고, 민간기업은 당연히 수익성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았다면 여기에는 최소한의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 공공성은 일정 부분의 서민용 적정주택의 확보를 의미한다. 미국의 20/80프로그램과 같이 국토부에서 할 일은 전체 아파트 주택 수에서 적정주택의 비율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해당 정책은 축구장만한 규모의 대지를 확보해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묻고 싶다. 중산층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특히, 대도시에서) 정책 효과를 빠르게 나타내고자 한다면, 개발이 쉽게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곳에서 축구장만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과연 쉬울지 의문이다.
최소한의 규모를 강제하는 규정은 개발회사(미국식 디벨로퍼)와 건설회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건설회사는(대형건설회사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량을 요구한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가 작더라도 미국식 디벨로퍼는 어떻게 하면 해당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할지를 고민하지, '토지가 반드시 축구장만 해야 합니다'를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축구장 규모 이상 부지를 조건으로 내건 것을 건설업체를 위한 특혜라 보는 부분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개발 및 운영은 큰 수익성을 보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대형 민간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부자들을 위한 월세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20-80 프로그램과 같은 방법으로 민간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수익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익성(적정주택 확보)을 담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지의 규모나 호수의 규모와 같은 부분은 규제를 낮추거나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새로운 중산층용 임대아파트 시장을 창출하고자 한다면, 대형 건설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민간개발/운영업체들이 진입하여 경쟁하는 시장을 만들고 이들이 민간 임대아파트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대형 건설회사에나 가능할 규정은 또 다른 차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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