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1970년대 문학예술 속의 추한 미국
9. 1970년대 요약
1970년대는 한국 정치에서 암흑의 시대였다. 박정희는 기존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에 덧붙여 긴급조치법을 발동하며 이른바 "한국적 민주주의"를 펼쳤다. 이 억압적인 유신체제는 정부는 물론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어떤 종류의 비판도 금지했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문학예술 작품에 묘사되기는 어려웠다.
1970년대 중반 주한미군 철수, 한국 정부의 워싱턴 불법 로비 활동, 미국 중앙정보국의 청와대 도청, 그리고 한국의 인권 문제 등으로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외교적 갈등이 심각해졌다. 두 나라 간에 긴장이 고조되자 여당 정치인들과 친정부 지식인들이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적 친미주의'가 쇠퇴하고 '도구적 반미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박정희가 뽑은 한 유정회 국회의원은 미국을 '세계 제국'이라 부르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했다.
유신체제에서의 극단적 탄압 때문에 야당이나 반대세력은 지하운동을 펼치거나 새로운 형태의 저항으로 문화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반미주의와 관련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주목할 만하다.
첫째, 일단의 혁명가들이 비밀리에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했다. 한국을 미국과 일본의 '신식민지'로 규정하고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투쟁한 것이다. 그들의 주로 유인물 배포를 통해 선전활동을 펼쳤다.
둘째,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은 시인이 되었고 시인들은 투쟁가가 되었다. 그들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외세에 맞서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한 투쟁의 유용한 도구로 시를 활용했다. 어떠한 종류의 정치적 집회도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기에 민주화 및 통일 운동가들은 그들의 문학작품을 낭송하거나 배포함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대학생들은 문화운동을 발전시켰다. 항의나 반대 시위가 금지되자 그들은 한국의 독재정치와 외세의 개입에 대해 탈춤이나 마당극을 통해 풍자하고 조롱했다. 박정희 정권의 혹독한 탄압 아래서 항의 시위가 문화 운동으로 대체되었던 것이다. 나아가 대학생들은 농민들을 계몽하기 위해 이러한 탈춤이나 마당극을 농촌 지역에 들어가 공연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문학예술인들은 미국이 한국에 유해한 문화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비판했다. 정부의 혹독한 탄압이 학생들의 항의 시위 방법을 변화시켰듯이, 작가들은 자기 검열을 통해 비정치적이거나 덜 정치적인 문제들에 반미의 초점을 맞추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1970년대 한국에서의 반미주의는 혹독한 유신체제 아래서 민주화 투쟁의 한 형태로 전개되었다. 반정부 지식인들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지나친 의존과 미국의 도에 넘친 개입 및 지배에 분개하며 한국을 미국의 '신식민지'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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