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종편)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통위에 접수된 종편의 불법 광고영업 관련 진상 조사 요청 공문 내용을 방통위가 해당 종편에 알려줬다는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2일 서울 종로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5일 미주 한인 주간지 <선데이저널>은 '종편광고계 X파일'이라는 기사를 통해 종편 MBN 영업1팀 업무일지 내용을 폭로했다. 이 내용대로라면 MBN은 광고주에게 광고나 협찬을 요구할 때 보도국 기자들을 적극 활용했다.
해당 업무일지는 영업1팀 직원들이 작성한 내용으로 MBN은 문서가 외부 해킹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언론노조는 10일 방통위에 <선데이저널> 보도내용에 대한 진상조사 촉구 공문 발송을 문의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내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니 진상 조사 요청 공문 접수를 이틀만 늦춰 달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이 같은 요구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이날 오후 6시께 팩스로 진상조사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공문을 발송한 날 저녁 MBN 측에서 언론노조에 연락을 취한 것. "언론노조에서 방통위에 '진상 조사 촉구 공문을 접수하려는데 접수를 하루 늦춰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자신들이 보낸 공문 내용과, 공문을 보내는 과정까지 소상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11일 오전께 방통위에 관련 내용에 대해 항의하자 방통위 관계자는 "민원 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민원 내용을)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재차 이 같은 내용을 묻자, 방통위 관계자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을 180도 말을 바꿨다.
"피감기관에 정보를 미리 알려준 셈"
언론노조는 방통위-종편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 △ 공문을 이틀 늦춰달라고 한 점 △ 해당 종편사에서 공문 내용 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방통위에 민원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민원을 방통위는 아무 근거도 없이 이틀 정도 늦춰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해당 종편사에 대처 시간을 주려고 한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하나는 해당 종편사가 우리가 제기한 상당 부분 민원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언론노조가 이를 해당 종편사와 방통위 측에 크로스 체크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민원 내용에 대해 당사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후 오후 전화통화에서는 민원내용은 당사자에게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동일인물이 반나절 만에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 관계자가 말을 바꾼 내용은 녹음돼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국회로 치자면 피감기관에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식"이라며 "방통위에서 이번 문제를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처리할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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