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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준위, '흡수통일 준비'는 천기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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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통준위, '흡수통일 준비'는 천기누설?

"통준위 자체가 남북관계보단 통일에 매진하겠다는 뜻"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정종욱 민간 부문 부위원장이 통준위 내에 비합의 통일을 준비하는 조직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팀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권 일각에서 정 부위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통준위 소속 민간단체가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12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통준위) 조직 내에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팀은 없다"면서 "부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통일에 관한 다양한 로드맵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제는 그 연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과제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다. 거기에는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과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흡수통일을 준비하는 팀은 없지만 연구팀은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 부위원장은 "한반도 통일 로드맵이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 합의도 있고 합의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통일이 있을 것"이라며 "연구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흡수통일을 전제로 연구하는 팀은 없다"고 답했다.

정 부위원장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현재 통준위 내에 흡수통일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은 없으며, 통준위 출범 이후 흡수통일을 포함해 통일 방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정 부위원장은 "흡수통일 준비팀도, 연구팀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ROTC 중앙회가 주최한 조찬 포럼에서 "통일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로드맵이 있으며 비합의 통일이나 체제통일에 대한 팀이 우리 조직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내 다른 조직에서도 체제 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면서 "체제·흡수 통일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책임론 제기…통준위 소속 시민단체는 탈퇴 선언

정 부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흡수통일 관련 논란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정 부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 부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만반의 준비는 해야 하지만 그런 사안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는 일인지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정 부위원장이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된다"면서 거취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의원은 "본인(정 부위원장)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고 필요하다면 국회에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준위를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민간단체도 등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통일협회는 지난 11일 통준위 시민자문단을 탈퇴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통준위가 흡수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그동안 통준위는 정부의 코드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밀실 논의에 치중해왔고 올해 들어서는 광복 70주년을 명분으로 전시성 행사를 기획·주도하는 관변단체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민간 통일운동단체를 들러리로 여기고 심지어 통일 담론을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에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해당 강연에서 적절한 용어를 선택하지 못해 생긴 오해"라며 "기회가 있으면 그런 단체와 만나서 통준위의 활동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준위, 흡수통일 준비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일각에서는 통준위가 흡수통일을 연구하고 준비했다는 것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통준위를 공식 출범시키고 정책을 추진해 왔던 방향을 되짚어보면 흡수통일을 준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는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통일을 할 것인지 말하지 않고 통일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면서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부정하고 결과로서의 통일만 강조하는데 흡수통일이라는 말 외에 뭐라고 표현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물며 대북 전단 살포도 막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10월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이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무산됐는데,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봤을 때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 내에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있음에도 통준위를 별도로 설립한 것이 이미 통일에 대한 정부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김 교수는 "통일부에서 통준위로 대북정책의 주도권이 넘어간 것 자체가 이미 남북관계보다는 통일준비에 더 매진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병국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에서 "통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조직을 만드는 것은 지금과 같은 이런 혼선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혼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구를 여러 개 만든다고 해서 통일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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