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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하는 인간의 재구성, 퀘벡모델을 만나다"

[서평] 김창진의 <퀘벡모델>과 <협동과 연대의 인문학>

김창진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정치학자이다. 정치학자라 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각을 세운 비평이나 공학적인 이미지, 또는 어려운 개념의 논리적 연결일지 모른다. 그런데 김창진 교수는 다르다. 그의 글을 보면 정치의 정수(精髓)가 예술처럼 드러난다. 실제로 정치는 예술일 것이다. 정치는 그 사회 시민의 생활을 좌우하며 심성마저도 바꾸어 놓는다. 다양한 생각, 다양한 선호를 지닌 사회 구성원을 더 높은 공동선으로 인도하여 합의를 형성하는 정치야말로 철학, 윤리학, 심리학, 경제학, 사회학...개인과 집단을 이해하는 다양한 영역을 융합하는 예술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김창진 교수의 글을 처음 접했던 것은, 2009년에 연재된 <민족 21> 연재물 '연재로 보는 제국의 역사'의 글이었다. <인도차이나>, <영광의 날들>, <알제리전투> 영화를 통하여 제국주의의 폭력과 야만이 어떻게 식민지 사람의 삶과 심성에 작용하는지를 유려한 필치로 묘사하여 감탄했던 적이 있다. 그의 글은 언뜻 문화비평같기도 하고 심리 묘사같기도 하다가 읽고 나니 제국주의의 정치의 실체에 대한 강렬한 인상으로 마음에 남았다.

그러한 그가 최근에 생산한 <협동과 연대의 인문학>(편저, 가을의 아침, 2014년 12월), <캐나다 퀘벡의 퀘벡 모델 : 협동조합 사회경제 공공정책> (가을의 아침, 2015년 2월)은 그의 정치학자로서의 면모를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연대경제를 대상으로 맛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협동과 연대의 인문학>은 지적, 사회적 존재인 우리에게 협동, 연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보는 책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어 수천여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공동체 등 사회연대경제에 진입하는 시민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분명 기존에 겪어왔던 것과는 다른 경제, 다른 기업을 추구하는데 ‘다르다’는 것의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11명의 필자(박호성, 강수택, 신정완, 김창진, 김형미, 유철규, 김찬호, 고병헌, 남동훈, 염찬희, 정윤수)가 쓰고 김창진이 엮었다.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에 관해 실무와 방법, 사례를 알리는 책들로 편중된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는 책이다. 특히, 협동과 연대의 가치를 문화 예술과 스포츠에서 탐색한 남동훈, 염찬희, 정윤수의 글은 자극적이며 촉촉하고 친근한 가치의 재발견이란 즐거움을 준다. 최근, 대학에서 협동조합 강좌가 늘고 있는데, 대학생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다.

▲<퀘벡모델>, 김창진 저
<퀘벡 모델>은 무려 623쪽에 달한다. 하지만 책 두께에 놀라 지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은 어느 지점에서 읽더라도 몰입하게 되고 앞뒤로 자유자재 넘나들며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연결된다. 책은 서장과 본문 6장, 결론에 대신하여, 이렇게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론을 즐기는 이들에겐 서장 ‘협동하는 인간과 사회의 재구성, 그리고 퀘벡 모델’ 의 글이 훌륭한 가설체계를 제공한다. 이 체계는 명료하면서도 풍부하다.

“약 8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퀘벡에서는 인구보다 많은 880만 명의 협동조합원이 있고, 약 9만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국제적으로도 퀘벡의 대규모 협동조합들이 단독으로 또는 연대하여 수십 개의 저개발국에서 활발한 사회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다.”(<퀘벡 모델>, 71쪽)

이러한 퀘벡의 사회경제모델은, 역사, 운동, 제도설계와 제도 실행이란 차원에서 최근 3년 동안 발품을 팔아 퀘벡을 넘나든 취재를 통해 그 실체를 입체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그동안 해외의 협동조합 지역사회의 모델로서 스페인 바스크 주의 몬드라곤,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 캐나다 퀘벡 주가 알려지고 소개도 제법 되었지만 이 책은 그 모든 단편적이고 미시에 치중한 분석을 통합하여 퀘벡 모델의 전체상을 보여준다.

특히, 퀘벡 모델의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40명의 인터뷰 기록은 이 책만이 지니는 매력 중의 하나다.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의 모델 속에서 살아가며 그 모델을 개선하는 퀘벡 사람들의 당당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서로 돕고 사는 사회의 모델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정치의 정수는 결국 사람에게서 드러난다. 어떠한 사람들이 많은가. 사람과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 일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 척박하고 불리했던 역사를 바꾸기 위해 결단하고 지혜를 모았던 정치, 사회운동, 그래서 이룩한 경제발전은 사회발전이자 사람의 행복을 응원하는 사회였다. 저자가 퀘벡모델을 설명한 키워드 ‘협동하는 인간과 사회의 재구성’, ‘협동조합, 사회경제, 공공정책’은 참으로 적절하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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