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위해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들로부터 한정식집과 단란주점 등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부적절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식사를 대접받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우리끼리 한잔 하고 있는데 피감기관장들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찾아와서 폭탄주 딱 한 잔 씩 하고 헤어졌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주점 사장 "2차 안 간 사람 비용은 돌려줬다"
26일 <동아일보>는 "국회 과기정통위 소속 국회의원 6, 7명은 22일 대전에 있는 7개 기관에 대한 국감을 마친 뒤 대전 유성구의 A단란주점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서 수백만 원어치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면서 "특히 룸살롱 방식으로 운영되는 A단란주점에 갔던 국회의원 중 2명은 술자리가 끝난 뒤 여종업원과 함께 '2차'를 나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을 통해 해당 단란주점 사장은 "폭탄주 등을 마신 국회의원 중 일부가 2차를 나가는 분위기였다"며 "실제로 여종업원과 함께 모텔로 간 국회의원은 2명이고 나머지 3명은 가지 않아 남은 2차 비용을 피감기관 측에 돌려줬다"고 증언했다.
이 신문은 "이에 앞서 이들 국회의원은 단란주점에 가기 전의 저녁 식사 비용도 모두 피감기관들이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피감 기관 관계자의 입을 빌어 "국감에 참여했던 국회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입법조사관,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식사와 술값으로 쓴 비용은 모두 2500만 원 정도 된다"고 전했다.
임인배 "국산양주로 폭탄 딱 한잔, 단란주점 기준으로 20만 원"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임인배 과기정위 위원장은 "의원의 명예에 관련된 부분이라 상임위 회의를 통해 대처하겠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임 의원은 "식사가 끝난 후 김태환 의원(한나라당), 류근찬 의원(국민중심당)과 간단하게 한 잔 하러 가서 맥주 다섯병과 과일 안주를 시켜놓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피감기관장들이 찾아왔다"면서 "바로 나가려다가 딱 한잔만 하고 가자 그래서 국산양주 한 병 시켜 폭탄주 한잔 씩 돌리고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일반 단란주점 기준으로 해서 20만 원 도 안 나올 것인데 몇백, 몇천 이야기는 황당하다"면서 "2차는 물론이고, 술을 마실 때도 여종업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우리가 나온 이후로 자기들(피감기관장) 끼리 술을 더 먹었는지 말았는지는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의원은 "관행적이지만 저녁 식사를 대접받은 것 등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정말 그것 뿐이다"고 말했다.
강재섭 "사실이면 엄중문책한다"
이에 대해 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의원들이 있는가"면서 "우리 당 의원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잃어버린 10년 자꾸 얘기하는 것도 이러한 과거 행태로 가고 싶어하는 걸 드러내는 것이다"고 맹공을 가했다.
반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의 연루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연루된 당 소속 의원이 있다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이에 앞서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주일 전쯤 전남도당 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제보가 접수돼 조사한 결과 돈을 준 당사자로부터 7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조사가 잘 안될 경우 당 지도부와 상의해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고질적 병폐인 '도덕성 문제'가 다시금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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