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투 방송차량은 거리투쟁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움직이는 앰프이자 스피커였습니다. 그 결과 2006년에 두 번째로 구입한 2호 방송차(중고 스타렉스)가 8년간 24만킬로미터를 달리고 이제 기력을 다하여 명예로운 퇴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해투 방송차량은 단순히 해고노동자들의 이동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들의 투쟁 현장을 따라다니며 음향을 제공하는 소리 전달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일진이 좋지 않은 때에는 투쟁 현장 부근에 주차해 있다가 불법주차를 이유로 딱지를 끊기기도 하고, 심지어 운전자 체포를 이유로 들이대는 경력들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유리창이 박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해투 소속 해고노동자들의 기개만큼이나 굴하지 않고 8년을 한결같이 연대의 상징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렇다면 위 방송차를 운행하는 전해투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를 줄여서 부르는 약칭입니다. 전해투의 모태가 된 것은 1993년 3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직후,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전국에서 해고된 5200여 명의 해고노동자들이 집결하여 만든 '전국 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 투쟁위원회'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긴 이름을 줄여서 '전해투'라고 불렀습니다.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또한 그 전통을 잇기 위해 '전해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죠.
전해투는 처음부터 연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자칭 '문민정부'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 사람들이 문민정부의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할 때, 군부독재 정권의 최대 피해자였던 구속·수배·해고노동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원상 회복을 요구하며, 민정당과 한 몸이 되어 탄생한 문민정권의 본질을 폭로하는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노동단체는 물론이고 시민사회, 나아가 야당 국회의원들까지도 전해투의 투쟁을 지원하고 함께 동참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당시 많은 사업장에서 복직을 이끌어내고 수배를 해제시키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전해투는 출발부터 불의한 정권과 자본에 맞서 그 본질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해온 구심이었습니다.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로 알려진 재개발지역에서의 살인적인 강제철거와 추방,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유성기업 등 노조 파괴 시나리오,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 파견, 삼성그룹의 노조파괴 전략과 경영세습,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폭력 진압,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폭력진압, 세월호 참사 책임 회피와 진상 규명 방해,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 연장 등을 통한 원자력 정책 강화, 국정원 대선 개입 진실 은폐, 국가보안법을 통한 공안 탄압의 일상화,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와 해산 결정, 더 쉬운 해고·더 낮은 임금·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비정규직 종합대책 추진, 의료민영화·철도민영화를 포함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전면적인 민영화 추진, 무차별적인 FTA 확대와 쌀 수입 개방, 서민증세와 부자감세를 조장하는 조세정책, 증세 없는 복지 외치다 복지 축소 추진 등 정권과 자본이 결탁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심각한 역사적 퇴행이 진행 중입니다.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고 있는 정권과 그를 방패삼아 이윤을 좇는 자본에 맞서 강력한 노동자·민중의 연대와 투쟁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국면입니다. "이대로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민중의 고통이 높아가고 그에 따른 연대와 투쟁이 더욱 절실히 요구될수록 투쟁현장에서 신속하게 소리를 전달하는 소리 전달자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은 자명합니다. 전해투에서 방송 차량을 장만한다는 것은 그저 하나의 이동 수단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한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의한 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방송차량 구입 비용에도 모아주십시오. 전해투는 그 보답으로 방송차량과 함께 투쟁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갈 것입니다. 투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그리고 누구보다 선봉에 서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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