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주호영·김재원·윤상현 의원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정무특보)에 임명하면서 이들의 특보직과 의원직 겸직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들을 향해 "의원이냐 특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다른 직책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문재인 "정무특보들, 특보직 또는 의원직 사퇴해야")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헌법기관으로, 정무특보는 임무가 상충돼 맡을 수 없는 직책"이라는 논리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이같은 논란에 대해 "(특보직은) '임명'이 아닌 '위촉'이다. 겸직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명'은 법적으로 신분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위촉은 단순히 사무를 맡긴다는 차원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현역 의원 특보단에 청와대 차원에서 사무실 등을 배정하게 된다면 "예산은 어디에서 나느냐"는 등, 겸직 논란이 다시 나올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현직 의원을 특보로 발탁한 것이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역 정치인들로부터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것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취지를 살펴달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말은 '법적 문제는 없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현행 국회법은 29조 1항에서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 '공익 목적의 명예직' 등에 대해서만 예외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특보도 무보수 명예직이어서 이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특보가 무보수로 겸직이 가능한 비상근직이긴 하지만, 대통령령 등에 근거 규정이 있어 공직자 신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통령령 26010호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8조 1항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거나 자문에 응하기 위해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을 둘 수 있다"며 동조 3항에서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되, 예산의 범위에서 수당과 실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김영록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한 것은 국회법의 겸직금지 조항과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청와대 특보를 단순한 명예직으로 보기 어렵다"며 "영향력이 상당한 자리이고,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발언도 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고 국회법 위반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법의 취지로 볼 때 겸직할 수 없는 게 맞다"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청와대 특보직을 의원직과 겸임하는 것이 국회법 29조에 비춰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설사 법률상 허용되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도 겸직하게 되면 해당 의원은 "지체 없이 이를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의장은 신고 내용이 '무보수 명예직'에 해당하는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하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윤리심사자문위는 국회 윤리특위의 자문기구이며, 의원의 겸직 신고에 대해 "의장으로부터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그 의견을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 만약 윤리심사자문위가 '해당 직책은 겸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해당 의원은 의장에게 통보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휴직 또는 사직해야 한다.
나아가 만약 청와대 정무특보직과 의원직 겸임이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해도, 야당 등의 비판처럼 '삼권분립 훼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완구 총리와 황우여·최경환 부총리, 김희정 장관과 유기준·유일호 장관 후보자 등의 입각으로 인해 '친박 내각', '사실상의 내각제' 등의 비판까지 나오는 형국이기 때문.
보수 성향 일간지인 <문화일보>조차 이날 '현역 의원의 靑 정무특보 겸직, 이제라도 백지화하라' 제하 사설에서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3권 분립이 국가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며 "국회의원의 기본적 의무는 입법 활동과 함께 대통령과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심각한 비정상"이라고 비판했다.
<문화>는 또 "친박 일색으로 기용함으로써 정치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며 "꼭 필요하다면 쓴소리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을 국회 밖에서 골라야 한다. 박 대통령과 해당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백지화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충고했다.
새누리당 "2006년에 이해찬도 의원직-특보직 겸직" 비판…당시엔 '합법'한편 새누리당은 전날 권은희 대변인 논평을 통해 "2006년 10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문재인, 오영교, 조영택 등 4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했고, 당시 이해찬 의원은 현역의원 신분이었다"며 "참여정부 시절 현역의원 신분으로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동했던 이해찬 의원은 당시 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는가?"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하지만 이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의 정무특보 임명을 받았던 지난 2006년 당시에는 정치적 논란의 소지는 많았지만 '위법'은 아니었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야당 관계자는 "당시에는 법에 (청와대 비서실) 겸임 금지 조항은 없었다"며 "도의적·정치적인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2013년 국회법 개정 이전까지는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실제로 지난 2013년 8월 개정되기 이전의 국회법의 겸직 금지 조항은 "의원은 정치활동 또는 겸직을 금지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직을 제외한 다른 직을 겸할 수 있다"고 하면서, '겸할 수 있는 직'으로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해 정치운동이 허용되는 공무원(정무직 공무원)"을 들고 있었다.당시의 대통령령(구 '국가공무원법 제3조 제3항의 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17663호)에 따르면, 의원이 겸직 가능한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에는 "1호에 규정된 공무원(대통령)의 비서실장 및 비서관"이 포함돼 있다.그러나 당시에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현역의원의 특보직 겸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지금처럼 '위법 논란'은 없었을지언정 삼권분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정치적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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