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푸틴 정적' 넴초프 피살…누가 죽였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푸틴 정적' 넴초프 피살…누가 죽였나?

크렘린궁 근처 괴한에 의해 피살…'푸틴 책임론' 제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에 반대해 온 대표적 반정부 인사인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러시아 내 과격 민족주의세력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에 따르면 넴초프 전 부총리는 27일(현지시각) 밤 11시 40분경 우크라이나 출신 24세 여성과 함께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의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 위를 걸어 자택으로 돌아가던 도중 지나가는 차량에서 가해진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무부는 괴한들이 흰색 승용차를 타고 넴초프에게 접근해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으며 그중 4발이 넴초프의 등에 맞았다고 밝혔다.

넴초프 가족의 변호사는 몇 달 전 SNS를 통해 넴초프에 대한 살해 협박이 있어 당국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의 협박이 실제 살해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넴초프는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집권 시기에 연료·에너지부 장관(1997년), 제1부총리(1997~98년) 등의 요직을 거쳤다. 하지만 옐친 정권이 아시아발 금융 위기로 흔들리면서 넴초프도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후 그는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비서)는 사건 이후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청부 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중대 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 경찰청 등의 수장들이 사건을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 28일(현지시각) 새벽, 러시아 경찰들이 총격을 당해 쓰러져 있는 넴초프(왼쪽) 전 부총리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뒤쪽으로는 크렘린궁이 위치해있다. 사건 현장은 크렘린 궁과 불과 수백 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AP=연합뉴스

넴초프, 누가 왜 죽였나

사건을 수사중인 연방 수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각) 넴초프 전 부총리의 살해 동기로 △국내 정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도발 △사업상 이권 분쟁 △개인적 원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소행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위원회는 우선 특정 세력이 넴초프를 살해하고 그 책임을 푸틴 정권에 떠넘기면서 러시아 내부의 정치적 혼란을 조장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넴초프가 푸틴의 강력한 정적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곧 푸틴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넴초프를 살해했다고 볼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수사위원회는 넴초프가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릴리 에브도>테러를 비판한 발언 때문에 이슬람 과격 세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정보를 꼽았다.

하지만 야권은 넴초프 죽음의 배후에는 크렘린이 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권 운동가 드미트리 구트코프는 "의심할 여지없는 정치 살인"이라며 "현 정권이 직접 청부하지 않았더라도 정권이 선전해온 (야권에 대한) 증오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역시 "러시아 정치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모스크바 특파원이자 전 <인디펜던트>지 특파원이기도 한 숀 워커 기자는 28일(현지시각) 넴초프 사망을 다룬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 내 과격 민족주의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우선 푸틴이 정치적 살인을 감행한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그러한 방식은 푸틴이 내부 정치적인 적을 제압하기 위해 흔히 쓰던 방법이 아니"라며 "살인이 아닌 다른 방식, 예를 들면 가택연금이나 추징금 등으로 반대편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러시아 내 주요 언론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서구의 탐욕스러운 사람들 때문에 러시아가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푸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배신자', '나라를 망치는 사람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 푸틴은 지난 2010년 한 방송에서 "1990년대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이 수십억을 횡령했고, 만약 그들이 다시 집권한다면 러시아를 팔아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0년대 집권했던 세력들은 넴초프 전 부총리를 비롯해 주로 푸틴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정치적 발언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과 적의 국가 내에서 각종 모략활동을 하고 있는 조직적인 집단을 일컫는 이른바 '제5열' 사람들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면서, 푸틴에 반대하면 곧 적의 국가에게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독립을 지지하고 러시아에 편에 서려는 이른바 안티 마이단 (Anti-Maidan)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신문은 이러한 성향의 운동을 하는 단체들 중 한 곳에 소속돼있는 '더 서전'(the surgeon) 이라는 예명을 가진 한 급진주의자의 경우, 푸틴과 여러 차례 사진도 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가 "외국은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다"고 말했다며 "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폭력까지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즉, 이들에게는 푸틴에 반대하는 사람은 곧 적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며, 푸틴 반대 활동가들을 제압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폭력 사용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신문에 따르면 실제 넴초프는 러시아 극단주의자들이 인터넷에 게시하는 '배신자' 목록에 자주 올라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넴초프가 살해당한 장소를 봐도 개인적 원한이나 치정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문은 넴초프가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는 인물인 데다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곳인 크렘린궁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다리에서, 그것도 대규모 집회를 이틀 앞두고 살해당했다는 것은 아마추어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계획적이고 치밀한 살해를 감행했다는 관측이다.

넴초프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도 과격 단체들에 의한 피살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넴초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말해왔다"며 "누군가 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그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넴초프를 직접 죽인 것은 과격단체일 수도 있지만, 이를 조장한 것은 푸틴이라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이라고 불리며 반정부 활동가로 세간에 알려진 크세니야 소브착은 현재 러시아 정권을 두고 "끔찍한 시스템이지만 최소한 이 시스템은 관리는 가능"하다며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가 보기엔 이번엔 그런 경우가 아닌 것 같다. 푸틴이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그는 끔찍한 종결자들(과격단체)을 만들어 냈고 이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