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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전세난] ①세입자는 '빚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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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전세난] ①세입자는 '빚쟁이'

[언론네트워크] 강남 재건축단지 인근 전·월세 품귀

“한마디로 지금 전세시장은 엉망입니다. 전세가격이 2년 만에 1억원 이상 오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요샌 대출 없이는 전셋집을 얻을 수 없어 전부 빚쟁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서울 개포동 A공인 대표)

정부가 주택 매매시장을 살리고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선 무용지물이다. 설상가상 강남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이주가 시작되자 전세난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 인근에선 전세는커녕 월셋집도 찾기 힘들다.

기존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금을 1억원 이상 올려주거나 반전세(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내는 방식)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새로 전셋집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셋집을 찾아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아파트에서 다세대주택으로 전전하고 있다.



◇ 셋집, 씨가 말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는 내달 1일부터 재건축을 위한 이주가 시작된다. 집주인들이야 사업 진척이 빨라 반갑지만 세입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6월30일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지에 사는 강모(48)씨는 “이 주변은 물론이고 강북 지역을 알아봐도 전셋집이 없는데 이주 기간은 턱없이 짧다"며 "이주기간이 지나면 전기와 수도 등을 전부 끊어버린다는데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단지는 1400가구 규모로, 세입자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새로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전셋집 찾기가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 어렵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집을 비우고 싶어도 전세는 물론 월세도 찾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의뢰자 부탁으로 상계동이나 분당에서 전세를 찾아봤지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은 물론이고 재건축이 시작되는 다른 곳도 상황은 같을 것”이라며 “이주시기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를 해야하는 세입자들은 자금여력도 부족하다. 현재 이 단지 72㎡ 전세가격은 2억3000만~2억5000만원 정도다. 인근 개포 한신 59㎡ 전세는 3억7000만원, 도곡동 대치 현대아파트 59㎡는 4억4000만원이어서 지금보다 집 크기를 줄여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인근 방 3개짜리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전세가격도 3억원 이상이다.

◇ 2년새 1억 껑충

서울에서 전세를 찾지 못해 강남 접근성이 좋은 분당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세금은 2년 새 1억원 넘게 뛰었고, 이 마저도 집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상록우성아파트 전용면적 74㎡ 전세가격은 2년 전 3억1000만원에서 현재 4억1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정자동 L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을 갱신하려면 1억원 이상을 올려줘야 해 대부분 세입자들이 전세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에서 분당 전세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온 한 40대 부부는 높은 전세금에 혀를 내두르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자금대출 상담문의도 크게 늘었다. KB국민은행 분당정자지점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상담자가 예전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며 "대출 상당자 10명 중 3명은 전세대출 때문에 찾아온다"고 말했다.

인근의 J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10년째 부동산 중개를 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전세 물건이 마른 때는 없었다”며 “올해 들어서 전세 계약은 아직 한 건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셋집의 반전세 전환도 전세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상당수 집주인들이 전세 재계약을 할 때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 금곡동의 G공인 관계자는 “최근 전세 재계약 상황을 보면 60% 정도는 기존 전세금에다 월세 50만원 정도를 보태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세입자들도 이사 비용과 중개수수료 등을 고려해 이 정도 수준은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 강남4구, 전세가 급등

전세 품귀현상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전세가 변동률은 평균 1.06%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3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지역의 오름세가 뚜렷하다. 전세가 변동률 2.13%를 기록한 강동구는 서울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에선 단지 규모가 큰 고덕주공2단지(2271가구)와 삼익그린1차(1560가구) 등이 상반기에 이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 수요가 넘친다. 마찬가지로 재건축 단지가 즐비한 서초구(2.01%)와 강서구(1.82%), 송파구(1.70%), 강남구(1.2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에선 안산시가 0.83%로 가장 높았다. 교통이 발달해 서울 접근성이 좋은 군포(0.74%)와 광명(0.71%)이 그 뒤를 이었다. 용인(0.57%)과 의왕(0.52%)을 비롯해 성남(0.52%)도 많이 오른 편에 속했다. 인천에선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가 2.56%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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