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병기 국정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주호영·김재원·윤상현 현직 새누리당 의원을 청와대 정무특보단으로 발탁한 것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비서실장 내정자는 "국정원장을 하신지 얼마 안 되는 분"이라면서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비서실장을 맡았으니 당·정·청 대화와 박근혜 정부 성공에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는 말도 남겼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로 꾸려진 정무특보단에 대해서도 "사람이 누구냐를 떠나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인데 정무특보는 이제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이라면서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데 대해서 저는 좀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에게 건의드린 부분은 반영이 안 됐다"며 "특보단을 둘 거라면 야당이나 당내에 소외된 그룹과도 대화가 잘 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렸었다"고도 말했다. '회전문 인사'가 아니냐는 취지의 취재진 질문에도 그는 "그것도, 예"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인사 또한 청와대가 사전에 당과 협의를 거치거나 언질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인사 발표를 하기 불과 한 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에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인사 내용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정오께 '비서실장 내정자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들은 것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대표는 "못 들었다. 30분 전에 전화오겠지 뭐"라면서 "묻지 마라. 그런 이야기를 자꾸 물어보면 스트레스 받는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인사 발표 후에는 이 비서실장 내정자에 대해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고 국정원장을 맡아 역할을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잘하시리라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특보단 구성에 대해서는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다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부 속내는 복잡해 보이는 가운데 당의 공식 논평은 "적재적소 인사"라고 발표됐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 비서실장 내정자를 향해선 "왕 실장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지향형 비서실장으로 청와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고 "현역 국회의원을 정무 특보에 임명한 것은 국회와의 소통 강화에 힘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고 평했다.
野 "국민 소통과 거리 먼 숨 막히는 회전문 인사"
한편,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국정운영 중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잘못된 인사"라고 혹평했다.
그는 "인사 혁신을 통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국민 요구를 거부한 불통 인사이며 국민 소통과 거리가 먼 숨 막히는 회전문 인사"라면서 "소통과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비서실장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해 정보정치,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정무특보단에 대해선 "국민의 목소리로 직언할 인사로 구성되길 기대했으나 친박 친위부대가 대거 포진"됐다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