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고민했다. 강원도 혹은 강원도민이 동계올림픽을 핑계로 나라의 세금을 따먹는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난 이후다. 지난 23일 <프레시안>에 실린 정회준 동아대 교수의 글 '반납하라, 평창올림픽! 박정희도 했다!' 라는 기고글 얘기다.
누군가 나서겠거니 했다. 그렇지만, 선한 강원도 사람의 심성인지, 내분을 원치 않는 것인지 반박의 글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걱정에서라지만, 과연 대다수 강원도민들에게 온당한 것일까. 그렇다고 내용도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반박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오해에 대해 바로잡는 글을 쓰고자 한다.
먼저, 나는 강원도청에 근무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렇지만, 이 글은 강원도나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강원도민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다.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고, 이 글이 이 모든 문제들을 두루 공정하게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 주
어디부터 시작할까. 정 교수는 첫째로 글의 핵심 골자로 '올림픽은 오직 기득권 집단을 위한 돈 잔치'로 잘라 말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번 올림픽에 들어가는 13조 원(현재 동계 관련해서 승인된 예산은 정확히 11조5000억 원에 못 미치고 있다)가 MB정부의 4대강 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쩌다 올림픽 혹은 올림픽 정신이 음모의 틀에 침식당하게 된 것일까. 또한 올림픽 유치가 주는 무형의 자산은 어디로 갔는가. 게다가 여기서 말하는 올림픽의 기득권 집단은 누구를 말하는가. 듣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장을 줄 얘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득권이 누구인지 밝혀주기 바란다.
또, 분산 개최를 거부하는 것이 개최지 부근의 땅값을 올리기 위한 도민들의 저항 때문이라는데 이미 개최지 부근의 땅 대부분은 외지 사람들이 '투자'라는 이름으로 매입한 상황이다. 오히려 현지 주민들은 오른 땅값으로 애먼 고통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둘째로 정 교수는 올림픽 알고 보니, '국고 먹튀'라고 부제를 달았다. 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그러면서 동계올림픽을 4대강 사업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4대강 사업은 예산이나 사업 내용이 동계 올림픽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MB정부 최대 치적이라는 4대강 사업은 당초 예산 22조 원에 그 몇 배의 보수비가 요구되는 모호한 목적의 사업이다. 어떻게 4대강 사업보다 동계올림픽이 복마전의 의혹으로 내몰리고 있는가. 지나친 논리 확장이 아닌가.
여기에 경기장, KTX, 복선철도, 고속도로 등의 건설을 위해 13조 원의 '국고 폭탄'이 터지는데 이중에 강원도 내에서 벌어지는 사업은 강원도가 25~40퍼센트(%)의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언급이 나온다.
이 말도 명백한 오해다. 철도나 고속도로, 국도 같은 광역 간선 교통망은 100% 국비로 건설된다. 아래 표를 참조해보면, SOC 분야에 드는 비용 중 6년간 도비 부담만 보면 2.7%인 총 3098억 원으로(년 516억 원) 매년 2000억 원을 운용하는 도 재정 상황에서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걱정대로 강원도민이 두고두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헤어 나오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당연히 '그러면 국고는 이렇게 마구 쓰여도 좋은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가뜩이나 국가 재정이 안 좋아 담뱃값 인상에 각종 부과세 인상으로 온 국민이 홍역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국고와 강원도 문제는 조금 뒤에 기술하겠다. 다만 경기장과 관련하여 강원도에 지나친 하중이 걸린다는 얘기에 대한 해명으로 여겨 달라.
셋째로 빚더미 질주라고 표현하며 올림픽 사후 경기장 관리 비용 문제도 제기하였다. 여기에 환경 문제까지 더하여 분산 개최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IOC측에서 먼저 제기됐고 그 규모나 내용이 혼란스러워 일본과 북한, 서울과 무주 등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발전 되었다.
그렇지만, 분산 개최는 각 지역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예기치 못하는 문제로 발전할 위험성이 크고, 또 경기장(13개) 중 신설(6개) 경기장은 이미 10% 공정률을 넘어서고 있고 IOC 린드버그 조정위원장도 "평창올림픽의 분산 개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점을 확실히 한 상황이다.
다만, 이 부분은 향후 활용방안과 연결해서 국민, 각계 전문가, 강원도나 조직위, 정부 등이 나서서 방안을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다만, 시일이 촉박한 것이 문제이지만 국가대표단의 동계 선수단 훈련장 활용 등 보다 다양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게 일의 순서이다.
또, 하루 1억3000만 원의 이자를 물고 있다는 알펜시아 문제도 제기됐는데 이것도 지금은 대략 8800만 원 정도로 줄었다. 꾸준히 상환도 하고, 이율도 줄은 결과이다. 그래도 재정 상황이 안 좋은 강원도로서는 죽을 맛이다.
그렇지만 알펜시아는 유치 과정에서부터 IOC 측으로부터 숙박, 핵심시설로 기여를 했다. 동계 유치가 확정된 상황에서는 어차피 지었어야 할 필수 시설이기도 하다. 이것을 무조건 중앙정부에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가. 직원 감원과 감봉 등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 성과로 작년과 재작년 소액이지만 흑자를 내고 있어 늘어나는 분양율과 함께 서서히 활력을 찾고 있다.
정 교수는 경기장 건설을 두고 학교 설립자가 학생들을 속이고 돈을 번다는 식으로 비유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13조 원의 예산 폭탄에 강원도민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비유가 적절하지도 않고,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 동계올림픽을 두고 학교 설립자는 또 누구인가. 이 돈이 강원도민에게 나눠지고 있는가? 국민의 혈세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명백하게 밝혀야 하지 않는가. 정확한 근거가 없는 말로 도민들에게 치욕을 준다거나 일반 국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없지 않은가.
이 글은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몇 가지 오해를 씻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고 했다. 이해를 더하자면, 왜 강원도민이 12년이나 걸쳐 집요하게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는지 생각해 보자는 얘기이다.
강원도는 수도권 상수원지라는 이유로 공장하나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접경지라는 이유로 강원도 실제 땅의 수배에 이르는 규제에 묶여 있다. 또한 정치 방정식의 뻔한 답으로 각종 현안에서 계속 뒤로 밀려왔다.
이렇게 사실을 늘어놔도 아마 이 고통(?)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예를 들자면, 해방 후 지금까지 새로 개설된 철도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과 경원선, 금강산선이 없어졌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동계올림픽이 아니면 강원도에 고속전철은 언감생심이다.
아까 '국고는 이렇게 써도 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조그만 답이다. 철도뿐만이 아니다. 서울과 도청 소재지의 고속도로가 민자로 해서야 얼마 전에 개통되었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조금 정당성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점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바이다.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기왕에 한 국제 사회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너무 초라하거나 복잡하게 치러도 문제이지 않겠는가. 이것이 다 국가의 살림살이와 연결된 염려와 관심으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만큼 강원도민은 절박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가리왕산 중봉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쓰라린 심정이다. 환경을 제일의 자산으로 삼는 강원도가 생살을 찢는 아픔을 감내하는 이유가 있다.
요사이 동계올림픽을 두고 곳곳에서 비판과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갑자기 공적이 되는 느낌이다. 가뜩이나 불황인 상황에서 십분 이해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4대강 사업이나 '먹튀'와 비견될 것인가.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파워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올림픽과 월드컵은 전 지구인들의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불리함으로 예견되는 일들을 기회요인으로 만들어 가자. 어쨌든 올림픽 기간을 전후하여 세계인의 시선은 강원도와 우리나라에 맞춰질 것이다. 그게 경기 개최의 목적이었지 않은가.
경기 후까지 활용할 수 있는 건축, 시공 기술에다가 극한상황에서도 오차가 없는 초정밀 IT기술 등 세계인들의 가슴에 강한 인상을 주자. 이것이 우리가 위기를 극복해 온 방식이요, 저력이다.
동계올림픽이 동네북인가? 그렇게 하자. 침체에 빠져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주는 북으로 만들어 가자. 강원도와 동계 스포츠는 '론스타'가 아니다. 그렇게 약삭빠르지도, 모질지도 못하다. 시쳇말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힘과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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