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간통죄가 위헌 결정이 내려진 26일, 또 하나 의미있는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상습적으로 절도를 한 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일명 '한국판 장발장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폭력적인 입법기구에서 만들어진 이 조항이 사라지는 데 35년이나 걸린 것이다.
헌재는 상습절도범과 상습장물취득범을 가중처벌하도록 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의4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절도죄는 형법 329조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특가법 5조의 4 1항은 상습절도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법 5조 4 4항에서는 상습적으로 장물취득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번 이상 특가법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또 절도를 저지르면 법정형이 6년까지 늘어난다.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보다 하한선이 높은 것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나오기 직전까지 이 법에 의해 가혹한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잇따랐다. 최근에도 분식점에서 라면 등 몇 만원 정도의 금품을 훔친 사람이 '생계형 절도'로 이미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이 빵 하나 훔쳤다고 징역 7년을 받고 탈옥하다가 붙잡혀 감옥에서 19년을 살아야 했던 일화에 비유되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다는 유병언 회장의 큰아들 유대균 씨가 70억 원 횡령죄로 징역 3년을 받은 것과 비교해 법 체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거셌다.
헌재도 이번 결정 취지에 대해 "특별히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해 현저하게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경우에는 인간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 기본 원리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헌재는 "해당 조항의 경우 법 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 재량에만 맡기고 있는데 특가법과 형법 중 어느 조항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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