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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원외교, 이라크에서만 3000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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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자원외교, 이라크에서만 3000억 손실"

공공기관장들 "MB때 '자주개발률' 압박 있어"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 여야가 한국가스공사의 해외 투자 실패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야당은 가스공사의 투자 실패 사례를 추궁하며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넘어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미비점을 지적하면서도 "전반적인 투자는 80점 이상"(권성동 의원)이라고 옹호했다.

업무보고 사흘째를 맞은 23일 국정조사에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제출 자료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4개의 이라크 (투자) 사업에서 최소 3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특히 문제가 되는 사업은 아카스(2억4500만 달러) 및 만수리아(2100만 달러)"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들 2개 사업에 뛰어들 당시부터 해당 지역이 알카에다와 반정부 세력의 본거지로서 현지 정세 불안에 대한 경고가 컸음에도 가스공사가 '불나방 투자'를 감행했다"며 "이들 사업은 이라크 내전 등 정국불안을 이유로 사업이 진전되지 않거나 중단된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가스공사가 산업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아카스는 2.8억 달러, 만수리아는 7500만 달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호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이에 대해 '현지 사정이 나아지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김 의원은 "과연 사정이 나아지겠느냐"며 추궁을 멈추지 않았다.

김 의원은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현대 출신이며 가스공사 사장 발탁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주 전 사장이 이 당시 대통령과 전화·대면 소통이 잦았음을 언급한 후, "가스공사의 부실한 사업 추진과 실패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개입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가스공사의 해외자원개발사업 금융비용이 지난 6년 동안 23배나 증가해 총 881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주바이드 등 이라크 4개 사업에 소요된 금융비용도 총 1176억 원에 달했고, 셰일가스 폭락으로 6억3200만 캐나다달러를 손상 처리한 혼리버·웨스트컷뱅크 등 캐나다 사업에도 총 1096억 원의 이자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자원외교'로 가스공사 부채는 2007년 8.7조 원에서 2014년 37조 원으로 4.3배나 폭증했고 부채 비율도 228%에서 381% 로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 "전반적 투자 80점" vs 새정치 "수익률 조작해 투자 추진"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같은 투자가 결과적으로 실패했더라도 투자를 결정할 당시의 관점에서 실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면 가스공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권성동 의원은 "해외 자원개발은 외국 메이저 회사들도 성공률이 17~18%밖에 안 된다"면서 미얀마 광구 개발 사업 등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을 거론하며 "가스공사의 전반적인 투자는 80점 이상"이라고 했다.

전하진 의원 역시 "중요한 것은 투자 프로세스가 얼마나 투명하게 결정됐는지"라며 "결정 자체를 두고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사법적 판단(대상)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라, 투자를 강행하기 위해 사업 유망성 관련 통계를 조작하는 등 부정한 행위가 저질러졌다며 이에 맞섰다.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2008년 이후 추진한) 10개의 사업은 내부수익률(IRR), 예상 유가를 조작해서 추진했고 이는 감사원 감사로도 지적됐다"고 지적했다. 김관영·박완주 의원도 캐나다 웨스트컷·혼리버·우미악 광구 매입 당시 IRR 조작이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캐나다 웨스트컷·혼리버·우미악, 이라크 아카스, 호주 GLNG 등 6개 사업은 IRR과 순자산가치(NPV)를 조작한 허위의 경제성 검토 자료를 이사회에 제출해서 사업승인을 받아 왔다"며 "우미악의 경우 법인세 등 세금을 가치평가에서 제외하는 방법으로 투자 당시 IRR을 9%에서 10.7%로 조작해 할인율(최소기준수익률) 10%보다 높게 보이도록 눈속임했고, 혼리버·웨스트컷은 부존량 추정을 부풀리고 2개의 사업 수익률을 하나처럼 합산하는 방식으로 IRR을 12.6%로 조작하는 꼼수를 썼다"고 했다.

한편 이종호 직무대행은 이날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이 "자주개발률 지표를 경영평가 및 사장·공공기관 평가 지표로 사용해 (해외 투자) 압박을 받았나?"라는 취지로 물은 데 대해 "전혀 (압박이)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자주개발률에)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범정부적으로 '자원 외교' 바람을 일으키면서 공공기관들이 어떻게든 투자액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이 직무대행의 발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한 사업을 두고 나중에 정부를 탓하는 것이냐"라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가스공사 외에도 한국전력공사와 그 산하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남부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5개 전력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정의당과 발전노조, 민변 등은 이날 동서발전의 자메이카 전력공사 지분 투자 실패와 관련해 이길구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전 사장이 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지분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약 805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 자원개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앞서 설 연휴 이전인 12, 13일 각각 석유공사·해외자원개발협회, 한국자원공사·석탄공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고, 24일 국무조정실·감사원·기획재정부·외교부, 25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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