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육군 1군 사령관이 11사단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군을 두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이후 육군 감찰실장과 11사단 부사단장마저 여군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2일 오전 10시경 11사단 회의실에서 사단 소속 여군 80여 명을 대상으로 여군간담회가 있었는데 법무, 인사, 감찰, 헌병, 기무로 이루어진 5부합동조사단의 책임자인 육군본부 감찰실장이 여군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임 소장은 "2월 3일 오후에 여군부사관 8명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도 감찰실장은 '너희들은 사태가 그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냐? 너희들끼리 얘기도 안 하고 지냈냐?'라며 여군들을 또다시 질책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해당 부대인 11사단 부사단장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그는 여군들에게 "너희들 똑바로 하라고!"라며 여군들을 몰아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임 소장은 "여군들을 죄인취급 한 것"이라며 "이러한 발언은 피해 여군과 여군들을 이간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 소장은 "합동 조사 후 (해당 사건이 발생했던) 여단 내 여군 부사관들을 대상으로 사단사령부나 신병교육대로 전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와 여군들을 보호해야 할 조사단이 오히려 여군을 부대 내에서 쫓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군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 소장은 "군 당국이 동일한 사건 조사를 네 차례나 진행했다. 민간 수사기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성폭력 사건의 특성 상 조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군 당국은 2차 조사 당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으로 관련 사건 경험이 없는 법무관을 배정했을 뿐만 아니라 이 법무관은 조사 과정에 참석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피해자법률 대리인은 수사 과정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의무마저 방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이 임의적으로 법무관을 지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임 소장은 "여성가족부에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가 부담으로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며 "군 당국이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 법률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1군사령관은 여군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는데도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 직접 척결 의지를 드러낸 '4대 악' 중 하나인 성폭력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1군사령관과 육군본부 감찰실장 및 11사단 부사단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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