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새누리당 유기준, 유일호 의원을 내각에 기용하는 등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관심을 모았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과 새누리당 일각에서 김 실장 퇴진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차례 유임됐던 김 실장은 결국 정치권의 압박에 마지못해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이번 개각 인사까지 마지막 인사 등을 직접 챙기고 물러난 셈이다.
그러나 이완구 국무총리가 각종 논란에 휘말린 후 '반쪽 총리'로 취임한 상황과 겹쳐, 김 실장 사표와 이번 개각의 인적 쇄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인사가 김 실장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어찌됐던 '김기춘 체제'는 아직 건재한 셈이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이날 개각 관련 인사 브리핑 후 "김기춘 실장은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이신 것으로 안다"며 "김 실장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 헌신해오신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표를 사실상 수리했다는 것이다. 후임 비서실장 인선 발표는 설 이후가 될 것이라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에 유기준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에 유일호 의원이, 통일부 장관에 홍용표 현통일 비서관을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내정했다. 금융위원회 위원장에는 국무총리실장을 지냈던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됐다.
유기준 의원은 부산 서구 출신으로 3선 의원이다. 2008년 친박 무소속연대로 당선돼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으로 복당한 '원박(원조 친박)'으로 꼽힌다.
서울 출신인 유일호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 19대 국회에서는 서울 송파을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된 재선 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 역시 '친박'으로 꼽힌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치는 등 '경제통'으로 알려진 유 의원의 부친은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다. 이른바 '2세 정치인'인 셈이다.
통일부 장관에 발탁된 홍용표 통일비서관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한양대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미래연구원 발기인 출신이고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을 거친 인사다.
내각에 친박 현역 의원만 6명
이번 개각에서도 박 대통령은 친박계 정치인 두 명을 발탁했다. 내각 핵심 포스트인 국무총리와 두 부총리가 현역 의원(이완구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인데 이어, 두 명의 의원이 내각에 추가로 들어온 셈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까지 하면 국무총리를 제외하고 17부 중 5명이 현역 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정 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면 새누리당과의 소통 목적을 감안한 것으로 읽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친박계이자, 2007년 대선 경선 때 자신에 대한 공격수 역할을 했던 최경환 부총리를 지식경제부 장관에 전격 기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철저하게 친박 의원들을 선호한다.
이완구 총리의 인준안 가결로, 정치인 출신 '입각 불패' 신화는 깨지지 않았지만, 유기준, 유일호 두 의원에 대해서는 청문회를 포함한 도덕성 검증 과정도 주목되고 있다.
입각한 현역 의원들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내년 4월에 총선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1월경에는 장관 직을 내려놔야 해서 장관직을 1년도 채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관련해 윤 수석은 "이걸 어떻게 지금…"이라며 "원로 정치인이 하는 말 중에 정치에 있어서 내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귀신도 웃을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 먼 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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