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드 말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은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주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양국 관계를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말키 장관은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주권적 문제라서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가로 인정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면담 과정에서 "과거의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면보다 향후에 펼쳐질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어떻게 협력해나갈지에 대한 방안을 협의했고 그의 일환으로 주한 팔레스타인 외교대표사무소를 개설하는 문제도 협의했다"고 밝혔다.
말키 장관은 이번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외교대표사무소 설치 문제를 비롯, △양국 외교부 간 정책협의회 개최 △팔레스타인 외교관의 한국 연수 프로그램 △한-팔레스타인 친선 기업위원회 설립 등을 제안하고 이를 윤 장관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지난해 말 팔레스타인을 방문하고 말키 장관이 이에 대한 답례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구체적인 협력 방안까지 협의하면서 양국 관계가 보다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 193개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136개국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30일 스웨덴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이후 서유럽에서는 프랑스, 아일랜드 등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어 유럽의회도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원론적으로 지지한다는 결의안을 찬성 498표, 반대 88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의 이러한 흐름과는 달리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과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혈맹관계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낼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 투표에서 기권한 바 있다.
그렇지만 향후 국익을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김재명 교수는 "우리가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먼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면 중동 내에서 우리의 국익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미국이 유감 성명 정도를 낼 수는 있겠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운동인 ‘BDS’(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서 이것 때문에라도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보복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