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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하기? 어렵지 않아요!

[귀농통문] 마을 어르신의 농사 시간에 따라 작물을 심는다

정광하 씨는 충남 논산 꽃비원 농장에서 아내, 아이와 함께 농사짓고 사는 귀농 2년 차 농부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제철 채소와 허브, 과일 농사를 주로 짓는다.


회사일로 미국 생활을 할 때 주로 파머스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한국에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이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날 때쯤 한국에 돌아와, 오랜 시간 계획했던 시골살이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농장 꽃비원은 논산에 있는 작은 과수원입니다. 꽃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과수원을 꿈꾸며 귀농 2년 차 부부와 아들 세 식구가 일하며 놀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곳이며, 부부에게는 손수 재배한 농산물로 밥상을 차려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생산물은 식구가 먹고 지인과 나누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두 사람이 운영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에서 농사를 짓고 모든 작물은 부부의 손으로 자연과 함께 정직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첫 번째 이유는 자급자족하는 삶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제철 채소부터 재배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기후와 재배 방식이 조금씩 다르므로 책이나 이론에 의존하기보다 마을 어르신의 농사 시간에 따라 작물을 심고, 허브류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채소도 재배해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루꼴라 파스타'가 먹고 싶어 루꼴라라는 허브를 키워보거나, '바질 페스토'를 만들기 위해 바질을 키우고, 일본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 '고야 참프르'를 소개해주면 여주(고야)를 키우게 되는 식입니다. 도시 장터인 마르쉐@혜화에 농부팀으로 출점하면서,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나 요리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당근을 키울 때 모종 이식이 되지 않아 밭에 직파를 하는데 싹이 나고 어느 정도 자라면 솎아서 굵기가 비슷한 당근으로 키우게 됩니다. 보통 솎은 것은 버리는데 우리는 솎은 당근의 잎이 연하고 향이 좋기 때문에 그대로 먹거나 샐러드에 넣거나 페스토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어린 당근은 피클을 담그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당근은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팔거나 가공하는 데 쓰입니다. 감자도 보통은 수확량이 많은 수미감자를 심지만 수확량은 조금 적어도 전분이 많은 두백이나 대서라는 품종을 심어, 부드럽고 맛있는 감자의 다양한 맛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꽃비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우리 부부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저마다 필요한 부분을 기록합니다. 귀농 첫해엔 농사일을 마치고 컴퓨터를 열어 날마다 회사에 다닐 때 일일보고서를 썼던 것처럼 사소한 것까지 기록했는데, 6월이 되자 농사일이 두 배 이상으로 바빠져서 점점 빠뜨리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그때부터 늘 가지고 다니는 다이어리에 간단히 메모 형식으로 전반적인 농사 흐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농장의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할 공간이 필요하여 네이버 카페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2년 차가 되면서부터는 좀더 손쉽고 빠르게 기록할 수 있도록 저는 작년처럼 다이어리에 간략하게 전반적인 농사 흐름을 정리하면서 페이스북에 농장 소식과 함께 짧은 글을 올립니다. 아내는 책상 달력에, 살림에 필요한 것과 판매에 필요한 것 같은 전반적인 농사 계획 그리고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간단히 기록합니다. 그리고 한 해 농사가 끝나고 농한기인 겨울에 일 년 동안 쓴 농사 일기를 날짜별, 작물별로 정리하면서 내년 농사를 준비합니다.

올해는 페이스북에 아내와 나 둘 다 농사, 육아, 꽃비원 소식 들을 함께 기록하면서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해에는 카페에 좀더 자세한 농장 소식을 올려 카페에서도 소통할 계획입니다. 이제 두 해째 농사를 지은 초보 농사꾼 부부의 농사 일지를 보면, 2월부터 11월까지 우리 농장의 변화가 한눈에 보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접어든 지금까지,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우리가 한 해 동안 심고 가꾸고 거두어 먹고 나눈 농사 이야기이자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꽃비원 농장의 2014년 농사 일지

*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5년 2월 현재 72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 전국귀농운동본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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