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 보도통제' 녹취록이 야당 국회의원에 의해 추가 공개됐다. 앞서 지난 6일 한국방송(KBS) <뉴스9>에 이 후보자의 발언이 보도되며 낳은 파장(☞관련기사 : 이완구, 보도통제 녹취록…"어떻게 죽는지도 몰라")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0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이 후보자가 지난달 말 일부 기자들과 한 오찬 자리 발언 내용을 추가 공개하며 언론인에 대한 회유·협박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오찬 자리에서 "나도 대변인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고 다녔지만, 너희 (기자) 선배들 나하고 형제처럼 산다. 40년 된 인연"이라며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친하니까 내 친구가 대학 만든 사람 있으니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이른바 '김영란법'의 규제 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김영란법, 이것에 기자들이 초 비상"이라며 "욕 먹어가면서 내가 막고 있지 않나. (그런데) 가만히 있으려고 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 등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내가 언론을 위해 어떻게 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는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이어 "이거 통과시켜서, 여러분도 보지도 못한 친척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라는 취조를) 당해 봐. 통과시켜 버리겠어"라며 "야당이 통과시키려는 것이거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돼"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김영란법 통과를)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야? 지들이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
김 의원은 "오늘 오전 청문회의 2가지 큰 쟁점 중 하나는 △'언론인들을 대학 총장이나 교수로 만들어줬다'는 얘기를 했느냐 안 했느냐, 또 하나는 △김영란법 관련 설명을 한 취지가 언론 자유의 보장을 위해서냐 (아니면 언론인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기 위해서냐"였다고 녹취록 공개 취지를 밝히면서, 공개 이후 "국민이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자신들이 청문회장에서 이 녹취록 내용에 대해 검증할 것을 주장했고, 회의를 비공개로 해서 확인해 보자고 양보안을 냈지만 새누리당이 모두 거부했다면서 녹취록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성을 주장했다.
진선미 의원은 이 후보자가 "두 가지 이상의 진술을 거짓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앞서 신영철 대법관 인사청문회 및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자들을 위증으로 고발한 사례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위증 고발 가능성을 시사한 것.
진 의원은 또 앞서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등이 '언론 윤리'를 문제로 녹취록 자체를 '부정하게 취득한 정보'라고 공격한 것(☞관련기사 : '언론 협박' 녹취록 공개 놓고 여야 기싸움)과 관련해 "동의할 수 없다. 이 사안의 심각성을 보면 어느 한 언론인의 취재 윤리 위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론개혁 단체와 언론노조가 기자회견에서 '그 자리에 4개 언론사가 함께 있었음에도 모두 보도하지 않은 경위를 밝히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재개 후 이에 대해 "정말로 송구스럽다. 제 문제로 인해 정회까지 되고 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문제의 오찬 자리는) 한 시간 반 동안 이것저것 얘기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마침 전날 언론에 제가 생각할 때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서 흥분했던 것 같다"고 해명조로 말했다. "의도를 가지고 한 얘기는 아니다"라는 것.
이 후보자는 "인간이 기억력에 한계도 있고 해서 실수할 수도,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무엇을 얘기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워 제가 오전 중에 그렇게(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답변한 것 같다"고 '위증'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의원들께서 그렇게 지적해 주시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러한 점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발언 사실을 인정하면서 "좀 과장됐거나 흥분된 상태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