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군사령관이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군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육군은 발언이 나왔던 당시 회의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이에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군인권센터는 비공개된 부분에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됐다면서 회의 전체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육군이 지난 6일 공개한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1군사령관은 "여군들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서 (중략)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을 수 없이 교육 했지만 (중략) 처음에 잘못된 것을 본인이 인지했으면"이라며 여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고 (중략) 그래서 여군들에 대해서도 (중략) 허용 안 되는 것에 대해 좀 더 다시 한 번 정확하게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육군은 1군사령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사과와 반성, 새로운 다짐을 말하는 발언"이었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치게 된 점, 본의 아니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이 공개하지 않은 녹취록에 성폭력을 당했던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면서 회의 내용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당국이 일부만 공개한 녹취록의 나머지 부분에 1군사령관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 것이 들어있다"면서 "중략된 발언이 더 심각한 내용이라 편집해 왜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1군사령관은 군 수사와 기소 책임자로서 당시 피해 여성이 사건 당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모두 보고받은 상태에서 '싫다면 의사표시를 왜 하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수천 명이 화상으로 이를 시청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발언이 공개됐다면 이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공격하는 빌미가 되며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1군사령관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소속된 부대 최고 지휘관임에도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과정에서부터 향후 재판 과정까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며 군이 국민의 신뢰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1군사령관의 거취 문제를 포함,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녹취록이 일부만 공개된 이유에 대해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회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게 되면 향후 회의 시 참석자들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불가능하다는 점 △문제되는 부분을 발췌했기 때문에 전체 내용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는 점 △모든 회의 내용이 공개되면 피해자가 이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할 수 있고 현재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만 김 대변인은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된다는 차원에서 (1군사령관이 이야기)했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책임을 좀 떠넘기는 듯한 뉘앙스가 있다"며 발언에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1군사령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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