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26) 중위를 화형시켜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그가 화형 당하는 생생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직접 본 사람들은 "악마를 보았다"고 입을 모았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졸도할 지경이다.
요르단 정부가 분노에 치를 떨며 '순교자 마즈'라는 작전명으로 즉각 IS의 사실상 '수도'라고 불리는 근거지인 시리아 북부 라카 일대에 수십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하는 보복 공격에 나선 것이 십분 이해가 갈 정도다.
하지만 특수부대 출신인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압둘라 국왕은 전투기를 몰아본 경험도 없다) 등 요르단의 대응에 호들갑스러운 찬사를 보내면서, 'IS 악마화'에 몰두하는 미국 주류 언론들의 보도의 이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왜 명색이 이슬람을 신봉한다는 IS가 "알라만이 할 수 있다"는 화형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같은 수니파의 신실한 신도였던 알카사스베를 처형했을까? 요르단의 명문 부족 가문의 촉망받는 젊은이는 왜 미국이 주도하는 IS에 대한 공습에 참가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됐을까? 알카사스베의 아버지는 왜 "이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면서 아들이 미국의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는 인식을 보였을까?
중동의 전문가들은 요르단 정부의 특수한 입장을 살펴보면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르단은 미국 주도의 공습에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수니파 국가이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요르단 왕정이 사실상 미국의 식민정권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요르단은 남한과 비슷한 면적에 인구 800만 명에 불과한 나라다. 그런데도 IS 공습작전에 참가하고 있는 아랍권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 중이며, 약 2000∼2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요르단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중동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많은 전투 역량을 지원하는 중동국가라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양성하기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도 요르단에 맡기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그 대가로 최근 몇 년간 수십 억 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 압둘라 국왕이 미국에 '순종'하는 이유
요르단은 입헌군주국으로 정식 명칭은 요르단 하심 왕국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하심이라는 부족이 왕정의 대표일 뿐 부족국가 성격이 강하다. 알카사스베 중위의 아버지 사피 알카사스베가 "요르단 사회는 제도보다 부족이 더 우선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카사스베 가문은 하심 왕국에 충성하는 부족에 속하지만, "왜 미국의 전쟁에 요르단이 피를 흘려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왕정체제에서 공개적인 반기를 든다는 것은 충성스러운 부족이라도 역적죄로 몰릴 수 있는 심각한 반발이다. 하지만 충성스러운 부족일수록 요르단 정부가 참여하는 전쟁에 부족민들을 많이 보냈기에 이들의 희생이 늘어날수록 왕정에 반기를 들며 이탈하는 부족이 늘어날 위기에 처해 있다.
서구 언론들은 IS에 의해 끔찍하게 처형된 알카사스베의 죽음으로 요르단 국민이 단결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보도를 많이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요르단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과 미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정반대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높은 청년실업률과 빈곤율 때문에 IS에 대한 반감보다 미국에 대한 반감이 더 큰 젊은이들이 많아 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가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요르단은 전체 인구 중 70%가 젊은이들로 이뤄졌기 때문에 요르단 왕정의 체제 위기는 뿌리깊다. 압둘라 2세 국왕이 미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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