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남북 간 비화가 언급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류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특강에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께서 회고록을 쓰셨는데, 그 뒤에 있는 내용 제가 다 알고 있다"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지난 2009년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북측 조문단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북한이 그 조건으로 옥수수와 쌀, 비료, 현금 등의 지원을 요청했었다며 관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류 장관은 또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집권 직후 통일부를 없애려고 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류 장관은 "2008년에 통일부가 없어질 뻔했다. 지금도 직원들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본부 직원 80명의 옷을 벗겼다. 말이 안 된다. 그래놓고 통일을 하겠다고"라고 말했다.
류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전직 대통령이 밝힌 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 부처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반응이다. 그간 통일부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다.
앞서 북한은 정상회담 과정을 공개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사실을 "완전히 오도"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아닌 이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더 갈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5일 대변인 담화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집권기간 통치위기가 격화될 때마다 그에서 출로를 찾아보려고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특사파견'이니, '정상회담'이니 하는 것을 구걸해왔으며 그때마다 큰 선심이라도 쓸 것처럼 놀아댔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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