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님, 탈북자 고문 사실 밝혀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대성공사' 고문 피해자인 탈북자 김관섭 씨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고문 사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서어리)
올해로 여든 한 살인 김 씨는 지난 1974년 도강해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다. 탈북 신고 후 바로 서울 영등포구 소재 '대성공사'에 입소한 그는 조사관들로부터 약 45일간모진 고문을 받았다. 입국하기 불과 열흘 전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이 일어나 김 씨 역시 대통령 암살 지령을 받고 내려온 간첩이 아닌지 의심을 산 것.
간첩 혐의를 벗은 이후에도 그는 3년 넘게 대성공사에 갇혀 있었다. 조사관들은 북한군 중대장 출신이었던 그에게 북한 정보가 담긴 조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거나 반공 강연에 나가도록 했다.
그는 "죄 없이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오랜 시간 동안 대성공사에 구금돼있었다"며 "긴 수용 기간과 고문 후유증으로 결국 가정생활도 모두 파탄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가 반성하고 과거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그동안 국정원이나 기무사 측에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참고 살았지만, 죽기 전에 꼭 국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보냈으나 "가혹 행위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는 답변서를 받았다.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경욱 변호사의 도움으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인 그는 최근엔 국방부에 "고문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김 씨는 이날 "청와대에 시위를 하러 오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대성공사 출소 뒤 18년간 국정홍보요원을 지낸 그는 "청와대 초청을 받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다 만났지만 그땐 용기도 나지 않고 발언할 기회가 없어 억울한 사연을 직접 전할 수 없었다"며 "40년 동안 묵혀왔던 과거를 이제라도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김 씨는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에 같은 장소에서 일인 시위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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