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기 국정수행 평가에서 '잘 하고 있다'는 긍정적 응답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선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갤럽'의 30일 발표에 따르면, 이 기관의 자체 주간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는 29%,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63%였다.
갤럽 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30% 이하로 나온 것은 처음이며, 직전 조사에서는 '잘 하고 있다'가 30%로 나와 간신히 30%대를 유지했었다. 앞서 '리얼미터'의 27일 일간 집계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29.7%로 나온 적이 있으나(☞관련기사 : 대통령 지지율 20%대로 추락), 이는 일간 집계였고, 이날 발표된 '갤럽' 조사는 주간 조사를 한 평균치다.
응답을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20대부터 40대까지는 긍정률 20% 이하, 부정률은 70%를 상회했다. 50대에서도 부정적 응답(60%)이 긍정적 답(34%)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나왔다.
60대 이상에선 긍정률(55%)이 부정률(36%)을 앞섰으나, 이 역시 지난해와 대비하면 크게 악화된 수치다. 지난해 11월 말 60대에서는 긍정 76% 부정 19%였으나, 12월 중순 '정윤회 문건' 사태가 터진 후 긍정 64% 부정26%가 됐고, 이번달 하순부터는 긍정률이 50%대, 부정률이 30% 후반대로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답이 '잘하고 있다'는 답보다 높게 나왔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긍정 평가 41%, 부정 평가 48%로 나왔고,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도 긍정 32%, 부정 61%였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414명)의 55%가 '잘하고 있다'고 봤으나 37%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박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60%에 미치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율'에 흠집을 낸 것이 '정윤회 문건' 파동이었지만, 새해 들어 계속된 연말정산과 증세 논란으로 인해 지지율이 더욱 가파르게 감소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세제개편안·증세'라는 답이 고질적으로 지적된 '소통 문제'와 함께 16%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인사 문제(14%)', '공약 실천 미흡·변경(9%)', '경제 정책(8%)' 등의 순이었다.
갤럽은 이번 조사에서 정책과 관련한 설문도 함께 수행했는데, 이번 연말정산 관련 제도 변경이 자신에게 유리해졌는지 불리해졌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68%가 '불리하다'고 답했고 '유리하다'는 5%에 그쳤다. 연소득 3450만 원 이하 계층에서는 '유리하다'가 9%로 다른 계층(3450~5000, 5000이상)보다 높았으나, 이 계층에서도 '불리하다'는 답이 58%로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구호에는 냉혹한 수준의 평이 내려졌다. '귀하는 현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증세를 하고 있다'는 답이 80%, '하고 있지 않다'가 9%였다.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라는 문항에는 '가능하지 않다' 65%, '가능하다' 27%였다.
증세를 하고서라도 복지를 늘려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세금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 41%,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 48%로 의견이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 쇄신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이완구 신임 총리' 카드에 대한 여론 호응도 역시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완구 후보자가 신임 총리로 적합하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적합하다'는 답이 39%로 '적합하지 않다'(20%)보다 2배 가까이 높긴 했으나, 그보다 더 많은 41%는 의견을 유보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1%, 새정치민주연합 24%, 정의당 5%로 조사됐다.
갤럽이 자체 시행한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무작위걸기(RDD) 표본에서 추출한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9일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8%였다. 수집된 데이터는 전국 8권역 및 성·연령대 특성 비율에 따라 사후 가중처리해 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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