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하려다 백지화 수순을 밟은데 대해 청와대는 29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독자 판단'이었다면서 '청와대 외압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 관련 기사 : 문형표 "금년중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만들지 않을 것")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지부 발표 취소가 청와대 압력 때문이냐'는 질문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적으로 장관이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추진단에 참여했었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이달 초 복지부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에 관한 언론 설명회를 할 때부터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느냐'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고 <한겨레>는 29일 자 신문에서 보도했다.
청와대가 애초엔 건보료 개편안으로 거세질 고소득층의 반발을 우려, 개편안 발표를 취소시킨 후 다시 이것이 형평성 제고 정책을 '백지화했다'는 비판에 부닥치자 그 책임을 문 장관에게 떠넘긴 인상이 짙다. 정부가 2013년부터 준비해 온 개편안에 따르면 고소득층이나 피부양자의 건보 부담은 커진다. 연말정산 논란과 맞물려 청와대를 향한 반발 여론을 키울 수 있는 지점이다.
여권 안에서도 볼멘소리…"조령모개 식 정책으론 국민 신뢰 못 얻어"
민 대변인은 또 건보료 개편안을 "충분한 시간 동안 검토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이날 말했다. '전면 백지화설' 또한 부인한 것이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추진단에서 마련한 여러 모형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그 모형들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거냐에 대해선 복지부에서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외압설'에 여권 내부에서조차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달 초 벌어진 군인·사학 연금 개편안 백지화에 이어 최근엔 자동차세·주민세 인상을 하려던 정부 계획도 갑자기 없던 일이 됐다. 당초 "어려워도 인상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서민 증세'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철회한 것.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이와 관련, "조령모개 식 정책 추진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면서 "최근 신중해야 할 정부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일들이 자꾸 일어나고 있다. (중략) 다시는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 각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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