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시민단체가 연말정산 논란을 '세금 폭탄'으로 몰아붙이는 정치권에 대해 "조세 저항을 조장하는 세금 정치"라고 일침을 놓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노년유니온·복지국가소사이어티·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4개 복지 시민단체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정산 논란을 복지 증세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연말정산 사태의 본질은 '서민 증세'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한 세금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부자 증세인데도 조세 저항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소득공제 → 세액공제 중심 개편 = 누진 증세"
이들 단체는 연말정산 제도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개편한 것을 두고, "비록 일부 세부 항목에서 보완할 점이 있지만, 큰 틀에서 전향적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역진적인 성격을 띠지만, 세액공제는 누진적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개편안에 따라, 연 3450만 원 이하 소득자는 평균적으로 세금이 줄고, 3450만~5500만 원까지는 변동이 없으며, 5500만~700만 원은 연 2만~3만 원을 더 낸다. 반면 7000만 원 이상 소득자부터 누진적으로 세금이 늘어, 1억 원 소득자는 113만 원, 3억 원 소득자는 342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다만, 출생공제, 다자녀공제 폐지로 일부 중간 계층에서 추가 부담이 생기지만, 이는 "무상보육 전면화를 반영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정부가 모든 계층에 연 250만~500만 원씩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고, 아이를 집에서 돌봐도 연 120만~240만 원의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자녀 관련 소득 공제 제도를 일부 통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자녀가 없어 세금이 늘어난 싱글 납세자에 대한 보완책만 마련한다면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변화"라고 했다.
"300만 원 받기 위해 10만 원 더 내고 부자에게 더 물리자"
문제는 정부가 '증세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국민에게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고 '무능한 세금 정치를 했다'는 점이라고 이들 단체는 꼬집었다.
같은 소득 가구라도 의료비, 교육비 지출이 다르기에 누구는 10만 원을 더 낼 수도, 누구는 10만 원 덜 낼 수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가구별 편차다. 따라서 정부가 연말정산 결과를 평균이 아닌 가구유형별로 미리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넓혔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무상보육의 변화와 연동해 개편된 자녀 관련 항목 변화를 '세금폭탄론'으로 몰아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이들 단체는 "과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 운영위원장은 "부자들이 항의해야 할 이번 세금 개편안에 언론과 제1 야당이 서민 조세 저항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공동 운영위원장은 "내가 연 300만 원어치 무상보육을 받으면, 그 30분의 1인 연 10만 원을 더 부담하고, 부자에게 그의 몇 배를 더 부담하는 세금정치가 옳다"며 "부자에게 더 내게 해서 기초연금도 40만 원으로 올리고, 아동수당도 도입하는 등 복지국가 증세 논의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대타협위원회 만들어 조세 정의 실현해야"
이들 단체는 "국민이 이번 연말정산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쏟아낸 밑바탕에는 '조세 정의'에 대한 열망이 있다"며 "이 에너지를 복지 증세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복지와 조세 부담에 대해 논의할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접세를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조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근로자 소득공제가 개편됐으므로 금융소득, 임대소득에도 과세하고, 누진성을 지닌 소득세율을 높이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그렇게 모은 세금은 '복지'에만 쓸 수 있도록,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 각 개별 세목을 '사회복지목적세'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은 더는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자 말라"며 "담뱃세, 주민세, 연말정산 변화 등 사실상 증세를 추진하면서도 '증세 없는'이라는 말을 강변하니 국민들의 원성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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