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자진 사퇴 압박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계와 BIFF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친박'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 취소를 요청했으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를 거부하자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영화단체는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 위원장 사퇴 권고가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부산시는 BIFF 조직위 감사를 벌인 결과, 초청작 선정 관련 등 19개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며 내년 2월까지 임기인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서로 동의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공공연하게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단히 유감이다"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한국영화제작작가협회 등은 "이는 단순히 이 위원장 한 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영화제를 검열하려는 숨은 의도는 결국 영화제의 독립성을 해치고 19년을 이어온 BIFF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산시는 영화인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며 "영화인은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단체장들은 27일 긴급 회의를 갖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추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과 그에 따른 설득력 부족한 해명을 내놓은 부산시에 대해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부산시는 23일 부산시 정무부시장과 문화관광국장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으며 그에 대해 어제 긴급회견을 열어 그런 적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해명을 통해 지금의 파문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적당히 넘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파문이 일자 부산시는 이 위원장 사퇴를 공식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부산국제영화제 2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영화제 패러다임과 비전 제시, 조직과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부산시의 입장을 영화제 측에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
협회 측은 "부산시의 '다이빙벨' 상영중단 압력과 이후 벌어진 표적감사, 현재의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태 종용 논란 등의 일련의 과정들이 부산의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부산시의 기본적인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부산 영화계는 물론 한국의 모든 영화인들은 이로 인한 영화도시 부산의 위기에 대해 우려스러움을 넘어 개탄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협회 측은 "부산국제영화제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부산시에 요구하는 바"라며 "부산시가 이후에도 국제영화제의 고유한 본질을 무시한 채 일방적이며 강압적인 형태로 영화제의 운영에 간섭과 압력을 가해온다면 향후 부산시민을 위시하여 전국 단위의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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