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RO 실체 없었다…"헌재 결정 정당성 타격"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RO 실체 없었다…"헌재 결정 정당성 타격"

전문가들 "불과 한달을 못 기다려 사법 불신 일으키나"

대법원은 22일 이석기 전 의원 등의 이른바 'RO' 사건이 이 전 의원을 포함한 일부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전 의원 등이 내란을 선동하는 발언을 하기는 했으나, 조직적 차원에서 내란을 실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과 지난해 8월 2심 법원 판결의 골자다. (☞관련기사 :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RO 실체 증명 어려워")

이에 따라 여론의 관심은 'RO'를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회합이 통합진보당의 당 활동이라는 점을 근거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 결정의 정당성 여부로 모아진다.

법학 전문가들은 대체로 형식논리로는 대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이 별개의 사안이라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에선 'RO'의 실체와 위협성을 전제로 한 헌재의 결정이 무리했다는 점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논리적으로는 헌재와 대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할 수 있다"며 "대법원은 RO의 실체가 있느냐 등에 대한 판결이고, 헌재는 정당 자체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호중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사실 헌재 결정도 항소심(2심, 내란음모 부분 무죄) 판결의 사실관계를 인용하긴 한 것"이라며 "헌재는 내란음모가 무죄냐 유죄냐와는 별개 차원에서 '5.12 회합'을 당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그게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내란음모의 유무죄 여부에 헌재 결정이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헌재 결정문에 내란음모 사건이 인용되긴 했지만 '내란을 모의했다'는 식의 표현은 없고, (2013년) 5월 12일에 모여서 어떤 논의를 했다는 '팩트'만 인용해, 이 회합이 정당 활동의 일환이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했다"며 "헌재의 해산 결정이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대법원 판결 때문에 그 정당성이 달라질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헌재 결정문에는 "내란선동 회합", "내란관련 회합"이라는 표현은 나오지만 '내란음모 회합'이라는 표현은 없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헌재가 한 헌법재판과 대법원의 형사재판은 재판 자체가 다른 재판"이라며 "무엇보다 사실인정 요건, 증거의 입증 책임이 다르다. 형사재판이 사실 입증 책임 정도가 더 높다"며 "대법원 판결을 헌재 결정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도 "법이론 측면에서는 대법원과 헌재가 다른 기관이니 서로 다른 판단이 나올 수는 있다. 미국 O.J. 심슨 사건에서 심슨이 형사재판은 승소하고 민사재판에서는 패소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판단의 내용으로 보면 헌재 결정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이들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국 교수는 "실질적으로 들어가면 대법원은 RO의 실체가 없다는 것 아니냐"며 "헌재는 RO가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라며 법률에도 없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대법원은 'RO가 없다'고 했으니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결국 RO 구성원이라는 사람들이 저지른 불법의 내용이 내란 선동 정도인데, 결국 일부 몇몇 사람이 내란 선동을 했다는 것을 통합진보당 전체와 연결시켜 위헌이라고 해산시키는 것은 비약이 컸다는 게 사후적으로 확인됐다"고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헌재 결정이 시간적으로 너무 성급했다"며 "대법원에서 '주도세력'이라는 이들에 대한 유무죄 판결이 나기도 전에 결정했다"고 했다.

임지봉 교수 역시 "대법원은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헌재는 인정한 것 아니냐"며 "헌재 결정문에 RO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이석기와 그 추종자 등 '5.12 회합' 참석자들을 '주도세력'으로 봤기 때문에 그 회합을 정당의 활동으로 본 것"이라고 헌재 결정을 분석했다.

임 교수는 "결국 이석기와 회합 가담자들의 활동의 불법성을 헌재가 대법원보다 더 인정한 것인데, 사실 인정은 헌재의 주된 권한 영역이 아니지 않느냐"며 "헌재는 헌법 해석을 통해 규범적 판단을 하는 기관이고, 사실심은 일반 법원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한상희 교수도 "헌재는 'RO가 있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RO의 존재를 전제로 결정문을 쓴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서 그 판결을 보고 해산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데, 불과 한 달을 못 기다려 사법에 대한 국민 불신을 증가하게 만든 책임을 헌재 소장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도 비판받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외유 중에 전자결재를 통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결정을) 한 것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긴급성 때문 아니었나"라고 했다.

한 교수는 "헌재 결정의 정당성이 엄청나게 훼손됐다"며 "물론 통합진보당 해산 사유는 내란음모 사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지만, 최소한 해산 결정이 잘못된 사실 판단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헌재가 없는 것을 '있다'고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RO의 실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은, RO를 전제로 한 헌재 결정에 상당히 흠집을 낸 것"이라며 "정부도 너무 경솔한 (해산 청구) 신청을 했고, 헌재도 너무 신중치 못한 판결을 한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교수는 "헌재와 대법원과의 해묵은 묘한 갈등이 재연되지 않을까"라며 "두 기관 간의 권한 쟁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