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가 일본인 2명을 인질로 납치한 것과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며 국제사회에 조속한 석방을 위해 협력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에게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한 시간과 선택지는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일 "인명을 가장 중시하는 대응으로 진두지휘에 나설 것이며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국제사회는 단호한 자세로 테러에 굴복하지 말고 협력,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IS 공습과 관련해 2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방침과 관련해서는 "피난민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지원이다. 의료 및 식료품을 제공하는 것은 일본의 책임"이라며 예정대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살해 협박 영상에 등장하는 IS대원이 언급한 사안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IS대원은 일본인 인질을 붙잡아 둔 영상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들의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이고 이슬람 교인의 집을 파괴하는 작전에 2억 달러를 기부했다"면서 인질을 붙잡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압둘라 요르단 국왕,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관계국가 지도자들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대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공조를 요청하는 등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 다각적인 협력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
아베 총리,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IS는 일본인 인질 영상을 공개하면서 72시간 내에 몸값 2억 달러를 지불하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인질을 붙잡아 살해 협박을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실제로 인질을 살해한 적도 있어 인질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IS의 몸값 요구에 응하는 것, 완전히 거부하는 것, 공식적으로는 협상을 거부하지만 물밑에서 몸값을 협상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든 국제사회의 평가와 일본 내부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아베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베 총리가 IS의 요구를 완전 거부하는 강경한 대응을 보인다면 '적극적 평화주의'를 기치로 '강한 일본'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아베 총리의 정책적 일관성이 어느 정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목숨에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예상되며 이는 곧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S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돈을 주고 이들을 구출한다고 해도 아베 정부가 입을 정치적 내상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일단 강한 일본을 지지해 온 아베 정부의 기존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일본 우익 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테러 조직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공식적으로는 협상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물밑으로 몸값을 협상하거나 석방을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인질들이 석방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면서 "일본 정부는 정보 수집 및 분석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역시 "지금까지 일본이 축적해 온 중동 지역과의 협력 관계를 이번 사건에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S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동 국가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정보 수집이나 국제사회의 공조가 사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본 일각에서는 협상무용론과 함께 일본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사건을 통해 IS의 만행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일본도 국제 사회와 함께 테러와의 전쟁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는 이번 기회에 아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헌법 9조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획득 등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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