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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인사혁신처장 '헛발질'…"유학생 특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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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인사혁신처장 '헛발질'…"유학생 특채 검토"

홍준표 "신분 대물림 시대"…공무원 노조 "채용 공평성 무너져"

해외 유학생을 대상으로 공직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인사혁신처의 방침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유학을 갈 수 있는 부유층 자제를 위한 특혜라는 게다. 인사혁신처는 유학생만을 위한 특별채용이 아니며 해외 홍보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확산 추세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미국에서 공직 설명회유학생 전형도 검토"

발단은 지난 16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인터뷰 기사다. 이 처장은 하루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북미 지역 주요 도시 10곳을 시작으로 첫 공직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우수 인재가 몰려 있는 유럽 등지로 설명회를 확대해나간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지금 공직사회에 필요한 것은 글로벌 감각"이라며 "우수한 해외 인력을 영입해 이 같은 강점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는 공채에 유학생 전형 등 별도 유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노조 "해외 인재 지원 적은 건, 처우 탓"

중앙부처 공무원들로 구성된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은 이 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성명을 냈다.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우수 유학생을 특별채용으로 수혈하겠다는 발상은 공무원채용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공평성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과연 해외유학이라는 조건이 공직자의 주요 채용기준이 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조는 또 "우수한 인재라는 것은 국내, 국외가 아닌 전문성 영역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견고한 댐의 붕괴가 작은 구멍에서 시작되듯이 공직시험의 공평성이 무너지면 직업 공무원제의 근간,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헌법체계가 흔들리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해외동포가 700만 명이고 해외관광객이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지금 해외 유학생들이 공직에 입문하는 길은 이미 제한 없이 열려 있다"며 "다만 그에 상응하는 처우가 보장되지 않고 근무환경이 맞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홍준표 "부유층 위한 음서제나라 장래 걱정"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도 한몫 거들었다. 홍 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출신 인사혁신처장이 들어와 이제 공무원도 해외유학생 공무원 특채 시대를 연다고 한다"며 "부의 대물림을 넘어서 이젠 신분의 대물림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해외유학 못가는 서민들 자제들은 이제 법조인의 길도 막히고 고위 공무원 길도 막히는 신분의 대물림 시대가 오고 있다"며 "현직 공무원에게 유학 기회를 많이 주면 국제화가 되는데 국제화의 명분으로 부유층을 위한 음서제를 도입하는것은 옳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공직사회의 개혁이 아니라 특권층의 신분 대물림을 시도하는 어설픈 인사혁신처장을 보면서 이 나라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도 평소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일정한 경제력, 학력을 갖춘 사람만 법조인이 될 수 있게끔 하는 불공정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는 '사법시험 존치'를 강력히 주장하곤 했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 역시 이 같은 소신의 연장선 위에 있다.  

한발 물러선 인사혁신처 "유학생 특채, 구체적 계획 없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논란이 확대되자 인사혁신처는 19일 오후 설명자료를 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자료에서 해외 유학생 대상 공직 설명회에 대해 "글로벌 역량·감각을 지닌 인재의 채용기회를 널리 알리는 다양한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용기회를 알리는데 그칠 뿐, 채용에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글로벌 인재의 채용은 현행 인사법령에 따라 공정한 경쟁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는 문장도 뒤따랐다. 

인사혁신처 대변인 역시 "유학생 특별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채에 유학생 전형 등 별도 유형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라던 이 처장의 발언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근본적 의문, '삼성 인사 전문가'가 공직자로 적합한가?

유학생에게 공직 채용 특혜를 주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 이 처장의 생각은 어디서 나왔을까. 인터뷰를 진행한 <매일경제>는 16일자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2000년대 확립한 인사제도인 우수 유학생 선발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처장은 삼성 그룹에서 인사업무만 줄곧 담당했던 기업인 출신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인사 문화에는 장점도 많다. 그러나 삼성의 인사 문화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태도, 총수에 대한 맹목적 충성 등 부정적인 면도 있다. 민주 사회의 공무원에겐 어울리지 않는 문화다. '삼성의 인사 전문가'로 소개된 이 처장이 임명될 당시, 일각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왔던 건 그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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