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동'에 대해 "현 청와대의 민낯을 다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대선 공신'이지만, 대선 후에는 정부에 비판적 모습을 보여왔다.
이 교수는 16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실제로 굴러가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며 "국정 철학, 방향, 정책이 아니라 오직 사람 동향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공학적인 관심사만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파워게임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라며 "우리나라가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굴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이 교수는 "공직 기강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와대 현재 구조가 수석비서관들이 소신 있게 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수석비서관들은 그냥 앉아있는 일종의 장식물이고 실제로 청와대를 움직이는 것은 이른바 '십상시'라고 언론에서 거론하는 보좌관 출신들이 아닌가 하는 것이고, 그들의 수준이 이번 사건으로 만천하에 공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박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단순히 조직개편만으로 변화가 온다고 보지 않는다"며 "인적 쇄신 문제도, 제일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자기와 오래 (일)했던 3명의 비서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라는 사람들을 교체하지 않는 한 전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며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과연 대통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일지 저는 좀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음 전 행정관이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에서 자신에 대해 험담조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음 전 행정관을) 만나본 적도 없고, 비서관 중에 음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서 "실제로 오고 간 이야기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더 적나라한 표현을 썼을 것인데, 저는 개의치도 않고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음 전 행정관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저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구 여권 또는 범(汎)여권 인사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저 말고도 몇 사람 더 대화에 올린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나이도 한참 어린 일개 행정관이, 집권당 대표가 (당시) 검찰 수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던 이른바 '정윤회 문건'의 배후라고 몰아치고, 그런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 친박 몇 사람, 대통령과 청와대와 교감이 있는 사람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도 서청원 최고위원을 친박에서 밀었다"며 "그 배후에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정서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야당이 이 문제에 대해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 정도 수준의 말이 오고간 것을 가지고 특검을 하자고 하면 우리나라에 특검이 너무 많지 않겠느냐"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것이 두 개인 간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 국민 전체, 국회에서까지 다뤄야 될 사안일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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