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대학교 총장이 학생에게 주어진 어학연수 혜택을 의도적으로 박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제주의소리>에 "한라대 총장이 자신 맘에 들지 않은 학생의 중국 어학연수 기회를 박탈했다"는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 A씨는 자신의 신원이 밝혀지면, 한라대 총장이 보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신분 노출을 꺼려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1월 15일 한라대 공자학원이 주최한 제15회 전도 관광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이 대학 관광중국어과 K양(22. 당시 1학년)이 우승했다.
당시 대회 우승자에게는 중국 남개대학교 한 학기 어학연수 특전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K양은 오는 2월 대학을 졸업하지만, 중국 어학연수는커녕 중국 땅도 밟아보지 못했다. 이유는 '학교 발전을 저해한 자'라는 이유로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제주의소리>가 확인한 결과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총장의 행동을 '슈퍼 갑질'이라고 성토했다.
K양은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소문날 정도로 우등생이다. 과 소속 140여 명의 학생 사이에서 항상 1~2등을 차지했다.
다만, 2013년 9월 한라대가 관광중국어과 Y교수를 호텔조리과 전보를 명하자 총장을 찾아가 "Y교수 전보를 취소해달라"며 항의한 적이 있다.
당시 Y교수 전보는 제주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화제였다.
중국어를 전공한 Y교수는 1999년 한라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임용됐다. 시간강사와 겸임 교수 시절을 합치면 20여 년을 관광중국어과에 몸담았다.
그러다 Y교수는 이 대학 교수협의회 의장을 역임하던 중 호텔조리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당시 교수협은 "교권 탄압"이라며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전보 취소를 요구했지만, 한라대는 "해당 학과 인원이 부족해 다른 학과 교수로 인원을 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K양도 Y교수 전보 취소를 위해 제주도민 4300명의 탄원서를 받고, 총장을 찾아가는 등 Y교수 전보 반대 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일 때문인지, K양은 해당 학과에 의해 3번이나 중국 어학 연수가 추천됐으나, 총장 결재 단계에서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라대는 중국 남개대와 연계해 관광중국어과 추천 우수학생 10명의 어학연수를 약속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학과에서 1~2등을 놓치지 않았던 K양도 당연히 학과 추천 어학연수자 명단에 포함됐지만, '학교 발전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끝내 총장 결재가 나지 않았다.
어학연수가 번번이 무산되자 K양과 K양의 학부모는 학교측에 "어떤 행동이 학교 발전을 저해했는지 설명해 달라"며 "정 안된다면 예전 중국어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중국 어학연수 부상이 있다. 그것으로라도 중국 연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K양은 끝내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K양의 부모는 지난해 5월 대학 측에 납득할만한 해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일로 K양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부모에게 "중국어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양은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상태다.
피해자는 K양 말고도 더 있었다. 학과에서 성적이 10등 안에 드는 S양(22)도 학과 추천 중국 어학연수자 명단에 포함됐지만, S양도 K양과 비슷한 이유로 총장 결재 과정에서 퇴짜를 맞았다.
S양도 K양과 함께 Y교수 전보에 항의해 총장을 찾아간 바 있다.
결국 한라대는 K양과 S양을 제외한 학생들을 지난해 8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냈다.
<제주의소리>는 자초지종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현재 호텔조리과에 재직 중인 Y교수를 만났다.
Y교수는 "K양과 S양 둘 다 상위 성적의 우등생이며, 내가 과를 옮기게 되자 탄원서를 준비한 것도 맞다. 졸업할 때까지 어학연수를 떠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K양의 어학연수가 무산되자 주위 사람들이 언론 등에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혹시나 K양이 꼬투리를 잡혀 졸업할 수 없게 될까봐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그 밖의 사항은 내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짧게 답했다.
이와 관련 한라대는 "(어학연수는)학생 선발 규정이 있고, 관련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라 자세한 선발 규정은 공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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