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해군기지 갈등으로 갈갈이 찢어진 강정주민들의 아픈 마음은 치료될 수 있을까?
지난 2007년 일부 주민 수십 명이 모여 해군기지를 마을에 유치하면서 강정마을은 한마디로 풍비박산 났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지만, 정부와 해군은 마을 주민들이 찬성한 사업이라면서 공사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어느 마을보다 평화롭던 강정마을은 이제 해군기지 찬반 갈등으로 두 동강이 났다. 아버지와 아들, 친척 간에 서로 얼굴도 안 보고, 제사 명절도 따로 하는 철천지원수가 된 집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8년간의 싸움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12년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가 강정마을 주민 99명과 자원활동가 29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이 넘는 57.1%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
당시 조사 결과 우울증(38.8%) 비율이 가장 높았고, 강박증(33.7%), 불안증세(33.7%), 정신증(29.6%), 신체화 증상(28.6%), 공포·불안(25.5%), 적대감(24.5%), 편집증(19.4%)과 대인 예민증(19.4%) 순이었다.
정확히 8년 만에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강정마을 주민 정신건강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진상규명과 별도로 해군기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 보인다.
12일 오후 2시 제주도 민군복합항 지원단, 해양수산국 등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된 공무원 10여 명이 강정 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5명에게 강정마을 정신건강실태조사 등 여러 사업 관련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주요 사업 계획은 △갈등 해소를 위한 주민설문조사 △강정마을 심리지원을 위한 정신건강실태조사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 및 친수공원조성 △해양관광테마 강정항 조성사업 △강정 해역 해양생태환경 조사 용역 등 5가지다.
조 마을 회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모든 추진 계획은 마을 주민의 동의가 우선이라며, 마을 총회에서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계획도 추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설명회의 쟁점은 강정마을 주민 정신건강실태조사와 강정항 조성사업이었다.
제주도는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제주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마을주민들이 강정 해군기지로 받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해 실태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의 정신 건강을 치료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강정마을 주민은 "다른 마을 주민들이 우리(강정 마을 주민)보고 해군 기지 핑계로 이런저런 혜택을 받는다고 말한다. 생색내기 사업 등은 거절한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가 도에 요청한 사업은 없다. 정신건강 실태조사 사업이 또 다른 곳에서 '마을주민이 원했다'라는 말은 다시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홍봉기 제주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갈등해소지원단장은 "잘 알겠다. 이런 사업은 도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도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강정항 조성사업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2016년 준공 예정인 강정항은 연면적이 2만 8000제곱미터로 마리나 기반 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
조 마을회장은 "강정항은 오랫동안 작은 공사조차 필요 없었다. 그런데 해군에서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조류가 변해 강정항 입구 수심이 얕아졌다"며 "해군기지 사업만 제지하면 될 것을 왜 도민들의 세금을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사업 계획서를 보니 강정항 내부 공사만 포함됐다.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 실제 몇몇 사람들이 강정항 입구에서 사고가 났다. 강정항 입구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알겠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감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조 마을 회장은 "크루즈 터미널, 해군기지 등 어느 것 하나 마을 주민들이 원한 적이 없다. 만에 하나 마을 주민 투표로 해군기지 찬성 의견이 50.1%만 되도 반대 운동을 그만하겠다"며 "그만큼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우선이다. 오늘 사업 계획도 마을 총회 의결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는 자유로운 토론 형식으로 40여 분간 진행됐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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