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4박5일을 무릎과 손, 가슴과 이마를 땅에 대고 기어서 행진했다. 하지만 행진은 5일차 되던 11일,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청와대를 목전에 두고 경찰이 길을 막은 탓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을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 50여 명은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인근 찬 길바닥에서 하룻밤을 더 넘겼다.
당초 11일은 7일부터 이어져온 오체투지 일정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행진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대한문 앞에서 출발해 오후 1시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었지만, 대한문 출발 이후 줄곧 경찰에 제지됐다.
집회 신고가 인도 행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 등 인도가 끊긴 곳에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에서 오체투지를 하던 참가자들의 사지를 들어 광화문광장에 강제 이동시키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노동자 오체투지 행진 또 막아선 경찰…"걸어서 가라")
"기어서라도 가겠다"며 경찰 방패 사이로 머리를 파고들었지만, 오체투지 행렬은 오후 4시께 정부종합청사를 바로 앞에 두고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영하의 날씨에 찬 바닥에 엎드려 꼬박 26시간을 보낸 결과, 오체투지 참가자 2명이 이날 새벽과 오전 저체온증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마비를 호소하다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기도 했다.
결국 쌍용차 해고자 복직 및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를 위한 2차 청와대행 오체투지 행진은 최종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12일 오전 마무리됐다. 기자회견 역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가 아닌, 세종로공원 앞에서 열렸다.
행렬 가장 앞에서 오체투지를 이어온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들은 6번째 겨울을 거리에서 보내고 있다. 노숙과 단식 농성, 고공 농성 등으로 해고의 부당함을 6년간 알렸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47억 원의 손배소와 1년에 9억7000만 원의 이자를 갚으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2명의 해고자가 지난달 쌍용차공장 굴뚝 농성에 돌입하던 날, 또 한 명의 동료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해고 이후 6년간 정신적, 경제적 고통 속에서 숨진 동료만 26명에 이르는데 정부는 더 나아가 이제 해고조차 쉽게 하겠다고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배밀이 행진은 끝나지만, 쌍용차 해고자들은 반드시 복직해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2차 오체투지 행진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쌍용차구로정비사업소에서 출발해 국회와 여야 당사, 대법원 등을 거쳐 이곳에서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다음주께 내부 논의를 거쳐 3차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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