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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치유하던 비정규직, 해고 위기

마인드프리즘 정규직 직원들, 노조 만들고 '아름다운 연대'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심리 치유를 돕던 '마인드프리즘'이 1년 계약직인 심리 치유 활동가를 해고하려 하고 있다. 경영난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강행한 데 이어 나온 조치라,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사 상생을 도모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 지부(이하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갱신이 기대되던 심리 치유 활동가의 정식 채용은 마인드프리즘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노사와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마인드프리즘 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기업 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주식회사 마인드프리즘은 2004년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가 '사람에게는 마음이 있다'라는 모토로 세운 심리 치유 전문 기업이다. 고문 피해자, 5.18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등을 위해 심리 치유 활동을 해 왔다.
지난 2012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지분의 70.5%를 인수해 적극적으로 투자했으며,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화영 씨가 대표로 취임했다. 마인드프리즘의 대주주인 김 의장은 2013년 "돈이 아닌 사회공헌을 위해 시작한 일이다. 마음 치유를 위한 사회공헌 재단 설립이 최종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갈등은 지난해 5월 정혜신 공동 대표가 세월호 유가족 치유에 전념하기 위해 마인드프리즘을 떠나고, 같은 해 7월 김화영 전 대표가 경영난을 이유로 8명의 권고사직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대표는 같은 해 10월 물러났지만, 비슷한 시기인 9월에 전체 직원 28명 가운데 8명도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김화영 전 대표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마인드프리즘에 빌려준 26억 6500만 원을 해결하기로 하고 물러났고, 김범수 의장도 신임 대표에게 보유 주식 전부를 양도하겠다고 밝힌 뒤 물러났다.

이후 마인드프리즘 창립 멤버인 박인정 씨와 김화영 전 대표와 함께 입사한 김창성 전 마케팅팀장이 공동 대표가 됐다. 새 공동 대표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경영 환경 변화를 이유로 조직통폐합을 추진했고, 비정규직인 심리 치유 활동가 2명의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해고 예정자 중 하나인 김미성 씨는 쌍용차 해고자를 위한 심리치유센터 '와락'에서 일하다가 정혜신 박사가 스카우트했고, 또 한 명은 서울시민 치유문화 프로젝트인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에서 일하다가 역시 능력을 인정받아 영입된 바 있다.

▲ 2011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던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프레시안(최형락)

비정규직 직원이 해고 위기에 놓이자, 마인드프리즘 직원 10명은 사측에 '계약직 고용을 지속하고, 회사가 사업 방향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또 남은 전체 직원 17명 가운데 9명이 지난해 12월 29일 노동조합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직원들이 붙인 대자보에 대해 마인드프리즘 사측은 지난 6일 직원들에게 "회사 직원들 간의 불신을 선동하고, 회사의 신인도를 훼손하는 등 복무규율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서면 경고장을 발부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그 동안 마인드프리즘은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 '개인이 치유돼야 조직(회사 및 단체)이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사회 곳곳에 전해왔다"며 "마인드프리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인 만큼, 계약직 사원을 내몰 것이 아니라 정식 사원으로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마인드프리즘이 공신력 있는 심리 치유 공간으로 성장하는 데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고, 현재의 어려움도 직원들과 손을 맞잡으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마인드프리즘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중장기적 발전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계약 만료 대상자인 '와락 센터'의 김미성 씨는 "나는 해고자들의 심리를 치유하는 사람인데, (동료들의 희망퇴직 과정에서) 우리 자신이 심리 치유 대상자가 됐다"며 "해고 과정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치유자'라고 불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저희 둘은 비정규직이고 나머지는 전부 정규직인데, 정규직 직원들이 저를 위해 (계약 종료를) 문제 삼고 노조를 만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하다"며 "제가 회사에서 받은 상처를 직원들에게 치유받고, 위로받고 있어서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든든하다"고 했다.
김창성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2014년 12월 말 기준으로 마인드프리즘 누적결손금 예상액이 40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에게 차입한 26억 6500만 원은 김 의장이 2년 동안 책임지기로 했다"며 "경영 적자가 수년간 계속됐다"고 말했다.

계약직 직원의 해고 방침 대해 김 대표는 "계약기간 만료로 '용역 계약을 종료하고 사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경우 우선 연락드릴 예정'이라고 안내한 것은 '해고'가 아니라 경영 여건상 취해진 부득이한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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